안규백 국방장관은 지난 9월 3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투병 위주 현역 군인은 35만명을 유지하고 경계 인력 등 비전투 분야 15만명은 아웃소싱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후방 지역 주둔지 경계도 경비 개념으로 전환해 민간 활용 등 다양한 영역의 외주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주한 미군 ‘캠프 험프리스’ 모델이 거론된다. 전투 병력 외에 부대 출입 관리, 급식 식당 운영, 청소 등은 민간에 외주를 주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5060세대를 부대 경비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군사훈련 단체인 국방부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senior army)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절벽 시대, 병역자원도 급감하고 있다. 우리 시니어 세대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국가안보 위기 시 젊은 세대에 앞서 위국헌신할 것을 자원하고자 한다. 시대가 노병(老兵)을 부르고 있다다.” 시니어 아미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 같은 팝업창이 뜬다. 이 단체는 이 같은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체력·건강, 전투·지원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에 1년에 1차례 이상 소집점검 훈련을 실시한다.
시니어 아미의 등장은 인구절벽 속 군 병력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비롯한다. 20대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 4000명에서 2025년 23만 6000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10년간 20만 명 초반을 유지해 이들 모두가 현역으로 복무하더라도 50만 명에 달하는 현 상비 병력 유지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2002년 69만명에 달했던 국군(상비군)은 2043년에는 3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시니어 병사’들을 군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사무처도 정책 연구용역으로 ‘전역자 재입대를 통한 군 경계병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고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060세대에 경계병 역할을 맡기면 병력 부족 문제를 단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5060세대에게 군 경계병 맡기는 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병력 자원 부족은 공통적인 나타나는 문제다. 1000조국 세계 최강인 미국도 병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게 현실이다. 모병 대상 인구의 감소로 미 의회가 여성을 징집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커다란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한 미군처럼 외곽 경비는 민간한테 (위임) 맡기는 게 미군의 추세다. 실제 민간의 전투 지원업무 수준은 미국 56%, 영국 38%, 프랑스 30% 등에 달한다. 5060대 중장년층을 전투 지원 병력으로 받아들이면 20만 명의 병력은 충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이 같은 이유다. 우리 군의 민간 인력 규모는 7%에 불과해 전투 병력이 경계, 시설 보수 등 전투 지원업무를 맡는 낭비를 감내해야 한다.
실제 주한 미군은 면적이 14.77㎢에 달하는 경기 평택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의 외곽 경계 및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은 국내 민간 업체가 미국 정부와 계약해 대신하고 있다. 이 인원 대다수는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민간 업체 소속 요원이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다가 유사시에는 우리 군의 ‘5분 대기조’ 개념인 미군 경계 부대가 출동하는 체계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이 줄고 있기 때문에 현역 군인 대신 50대, 60대 인력이 군의 일부 업무를 대체한다면 병력 보충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도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재입대가 아닌 건강에 문제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아웃소싱 형태로 채용해 경계병 역할을 맡기고 병사 봉급에 준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제대군인의 일자리 창출 등과 맞물려 군 구조 개편과 연계해 경비, 시설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국방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도 업무협약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5060 세대를 활용해 주둔지 경계 작전 및 군 일부 업무를 민간에 외주를 주는 아이디어는 사회적 논란이 큰 여성 징병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다. 비용이 가장 큰 문제지만 병장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병력 감축으로 인건비가 줄어들 경우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군 전문가는 “5060 경계병 등 민간 외주를 활성화할 경우 민군 협력을 통해 병력 감축에 대응하고 중장년층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게다가 경계 근무 부담이 줄어 현역병은 훈련에 보다 충실히 임해 전투력 향상에도 기여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에선 미군과 달리 전방에 소규모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태인 우리 군은 민간 외주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5060 경계병 도입과 관련 “입법 관련 상황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 단계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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