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대를 잡아본 기아 PV5 패신저 모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재다능한 이동형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기아 최초의 전기 목적기반차(PBV)답게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존 상용 밴과는 결이 다른 여유로움이 전해졌다. 탁 트인 시야와 낮고 평평한 바닥, 곳곳에 배치된 수납 공간은 PV5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상과 휴식, 업무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PV5는 주행 성능보다는 실용성에 집중한 차량이다. 최대 장점은 공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승객 운송용인 패신저 모델의 전장은 4695㎜으로 준중형 차량인 스포티지(4685㎜)와 비슷하지만 축간거리가 2995㎜로 대형 레저용 차량인 카니발(3090㎜)와 맞먹는다. 차량 몸집은 준중형급이지만 내부에서는 대형급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PV5 패신저 모델 2열에 탑승한 동승자는 머리 위와 무릎 앞으로 확보된 넓은 공간 덕분에 1시간 30분 넘는 장시간 주행 속에서 피로감을 낮출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1열 시트백 하단에는 2열 탑승자의 다리를 받칠 수 있는 풋레스트가 기본으로 탑재돼 패밀리카로서 만족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마법의 비결은 현대차그룹의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인 ‘E-GMP.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전석 위치를 최대한 전방으로 옮기고 지상고를 낮춘 저상화 플로어를 구현하면서 동급 차량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췄다. 지상에서 차체 바닥까지 높이는 399㎜에 불과해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차량에 오르내릴 수 있다.
뛰어난 공간 활용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열 시트는 탑승자의 편안한 착석을 위한 리클라이닝 기능뿐만 화물 적재·여가 활동에 최적화된 폴드&다이브 기능까지 제공했다. 폴드&다이브 기능으로 2열 시트를 완전히 눕히면 3열까지 평평하게 연결돼 더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1330ℓ에서 2310ℓ로 늘어나 많은 짐을 적재 할 수 있고 캠핑장에서는 ‘차박용 차량’으로 변신하기에 충분하다.
1열에서는 시원한 전방 시야가 인상적이다. 1열 시트는 2열보다 높게 배치해 운전석 앞으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했다. 5.5m의 회전 반경으로 인해 좁은 길에서도 부담 없이 운행할 수 있었다. 다만 2열 탑승객은 1열 시트에 전방 시야가 가려져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했다. 운전석에서 손을 뻗으면 12.9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넓은 화면은 내비게이션 지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줘 목적지를 찾아가기에 수월했다. 공조 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디스플레이 버튼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인데 화면 이동을 최소화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주행 감각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각진 실루엣과 달리 노면을 지날 때는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해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충격을 흡수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패신저 모델에 맞춰 조율된 서스펜션과 승차감은 상용 밴보다는 승용 다목적차량(MPV)에 가깝다. 회생 제동은 자연스럽게 개입돼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도 크지 않았다. 도심에서는 정숙성까지 더해지며 안락한 승차감을 극대화했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했다.
PV5는 안전 측면에서 패밀리카 면모를 갖추고 있다. PV5 전방에는 다중골격 구조를 적용해 충돌 안전성을 강화하고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한 차체 하부와 탑승 공간에는 초고장력강과 핫스탬핑 강판으로 덮어 우수한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후방 주차 거리 경고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PV5 패신저는 71.2㎾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358㎞를 주행할 수 있다. 350㎾급 충전기로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30분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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