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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놈은 30대에 사회로"… 핏빛으로 기억된 크리스마스 [오늘의 그날]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너는 미치도록 완벽하고 나는 최악이다."

2024년 크리스마스 저녁, 4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나러 뛰어나온 10대 소녀는 1분 만에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가해자 A(당시 17세) 군과 피해자 B(16) 양은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사이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A 군은 경남 사천시 사천읍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B 양을 만났다. 두 사람은 2020년 소셜미디어(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뒤 약 4년간 연락을 이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사건 당일이 처음이었다.

B 양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A군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 영상 속 B 양은 반가운 듯 뛰어나왔지만 두 사람이 마주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A 군이 휘두른 흉기에 쓰러졌다. B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남 사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 군을 긴급체포해 구속 수사에 착수했다. B 양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군은 범행 직후 자해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죽이려고 찾아왔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인정했다.

2024년 12월 25일 오후 8시 30분께 경남 사천시 사천읍 한 도로에서 10대 A군이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흉기·도끼·휘발유까지…원주서 사천까지 이어진 계획=수사 결과 A 군의 범행은 우발적 폭력이 아닌 계획적 살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군은 범행 수개월 전부터 흉기와 손도끼,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사건 당일 이를 가방에 넣어 강원도 원주에서 경남 사천까지 이동했다.

경찰은 A 군이 피해자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품고 있었으며 최근 들어 연락이 줄어든 점을 두고 강한 집착과 분노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A 군은 범행 열흘 전 “줄 것이 있다”며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제안해 피해자의 거주지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여학생을 기리는 국화와 과자와 음료수, 핫팩 등이 쌓여있다.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소년법 최고형 20년 받아도…“30대 초반이면 출소”=법원은 A 군에게 소년법상 선고 가능한 최고형을 내렸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군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즉흥적 분노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 살인”이라며 “치명적인 부위를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은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인데도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며 “최대 형량을 받아도 30대 초반이면 출소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강력범죄에 대한 소년법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죽은 네가 꿈에 나와 웃었다”…교도소 편지에 커진 공분=올해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공개된 A 군의 편지는 공분을 키웠다. A 군은 살해된 B 양을 향해 “너 죽고 나서 꿈에 네가 나왔다. 나를 반갑게 안아주며 웃고 있었다”며 “그날 너와 마주 보며 웃었던 찰나의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고 적었다.

또 “누군가 내게 완벽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가 하려던 모든 말을 네가 해주고 있었다”, “너는 미치도록 완벽하고 나는 최악”이라며 피해자를 이상화하는 표현을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내용이 왜곡된 인식과 죄책감 결여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김태경 서원대 교수는 “피해자가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꿈을 꿨다고 서술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은 “딸은 세상에 없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감정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사건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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