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주택시장의 쏠림과 과열 현상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며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23일 공개된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현안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90으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 압력이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역 간 양극화’를 지목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현재 43.3%로 2020년 8월의 종전 최고치(43.2%)를 넘어섰다.
집값의 불안한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올 1월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값 누적 상승률은 12.1%에 달했다. 규제 일변도의 10·15 대책으로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자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만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됐다. 그 결과 올해 월세 상승률은 3.2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내년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28% 감소한 17만 2270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감소 폭이 무려 48%에 달해 1만 6412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점쳐졌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내년 전월세 시장의 상승 압력이 올해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문제, 용산정비창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을 두고 갈등한 탓이 크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자 정치 진영이 다른 정부와 서울시가 소모적인 기싸움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가 급한 주택정책이 정치 공학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허비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정교하면서도 적극적인 공급 대책을 세워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부동산 기대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는 한은의 권고를 속히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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