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영화 시장이 연간 누적 관객 1억 명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누적 관객이 4200만 명 대에 그치며 연간 관객 1억 명 붕괴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8월 말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체인소 맨: 레제편’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주토피아2’ ‘아바타: 불과 재’ 등 월트디즈니의 작품들이 잇달아 흥행하면서 ‘관객 1억 명 붕괴’를 막아냈다. 그럼에도 엔데믹 이후 관객 수는 최저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들어 22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1억 81만 명으로 집계됐다. ‘주토피아2’와 ‘아바타: 불과 재’가 연말 관객 ‘쌍끌이’에 나서면서 ‘1억 관객’을 사수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토피아2’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극장가는 우려를 딛고 누적 관객 1억 명 선을 지켜냈지만 ‘엔데믹 이후 최저’라는 오명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5000만~6000만 명대로 급감했던 연간 영화 관객 수는 엔데믹 이후인 2022년 1억 1200만 명, 2023년 1억 2500만 명, 2024년 1억 2300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가 열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엔데믹 이후 최저치인 2022년의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해는 특히 연초부터 한국 영화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올해 박스오피스 상위 5위에 든 한국 영화는 ‘좀비딸’(564만 명)이 유일하고 10위까지 봐도 ‘야당’(337만 명) ‘어쩔수가없다’(294만 명) ‘히트맨2’(254만 명) 등 4편에 그쳤다. 올해 말 기준으로 12년 만에 ‘천만 영화’도 탄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 이후 2022년 ‘범죄도시2’, 2023년 ‘서울의 봄’ ‘범죄도시3’, 2024년 ‘파묘’ 등 천만 영화가 나왔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전지적 독자시점 등 기대작들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1억 명 붕괴 우려가 높았지만 ‘F1더 무비’ ‘주토피아2’ ‘아바타3’의 흥행과 함께 ‘귀칼’ ‘체인소 맨:레제편’이 인기를 얻으면서 1억 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11월 말에 개봉한 ‘주토피아2’와 이달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가 내년 초까지 흥행을 이어갈 경우 올해 개봉 영화 중 2편의 천만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주토피아2’는 현재까지 640만 명이 봤고 ‘아바타: 불과 재’는 189만 명이 관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토피아2’는 N차 관람과 장기 흥행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될 경우 내년 초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작 2편이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 불과 재’도 팬덤의 호응에 힘입어 ‘트리플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영화의 부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영화 투자 및 제작이 급감했고 코로나19 기간 개봉이 밀렸던 이른바 ‘창고 영화’도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등 주요 배급사들의 내년 라인업은 올해보다 줄었고 일부 배급사는 내년 라인업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내년에 ‘경주기행’ ‘부활남’ ‘와일드씽’ ‘정가네 목장’ ‘하트맨’ ‘행복의 나라로’ 등 6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하트맨’을 제외하고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CJ ENM은 내년 ‘국제시장2’ ‘타짜4’ ‘실낙원’ 등을 개봉한다. 쇼박스는 내년 초 ‘왕과 사는 남자’, 올해 한국 영화 1위 ‘좀비딸’을 배급한 NEW는 내년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김민지 NEW 홍보마케팅 팀장은 “연간 영화 관객 수가 1억 명으로 하향 조정된 시장에서 제작 편수를 늘려 흥행을 기대하기보다는 작품마다 투자처 발굴 등 구조적인 안정성을 높이고 공동 파트너사와 배급·마케팅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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