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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어색한, 그래도 가장 가까운…가족이라는 아이러니

[리뷰 :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美·아일랜드·프랑스 세 가족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 구성

올 베니스서 황금사자상 수상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틸컷으로 1부에 등장하는 제프(아담 드라이버 분)와 에밀리(마임 비아릭 분).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안다미로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제치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내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박 감독의 수상이 점쳐졌지만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짐 자무쉬 감독은 수상자로 호명되자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젠장(Oh, shit)”이라고 말문을 열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여전히 한국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상을 빼앗아간 작품’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변도 ‘깜짝 수상’도 아니었음이 곧 증명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줄곧 심사위원들은 조용히 마음 속으로 ‘원 픽’으로 자무쉬 감독을 꼽았을지도 모른다. 정통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 측면에서 올해 출품된 작품 중 최고이자 자무쉬 감독의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영화의 미학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완성도로 연출됐다. 절제되고 우아한 영상 위에 펼쳐진 가족의 아이러니가 오히려 가족이라는 본질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또 이 영화하면 한국 관객들은 ‘어쩔수가없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만 다시 한번 황금사자상에 대해 부연하자면,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정통 영화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존엄사를 다룬 ‘룸 넥스트 도어’에 황금사자상이 돌아갔다.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을 보면 베니스영화가 지금 가장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극장이 위축되면서 정통 영화역시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다. 평생 영화, 예술독립 영화라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정통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헌사가 바로 최근 베니스영화제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영화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면 이 작품은 미국 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팡스 파리의 세 가족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가장 가깝지만 가장 어색하기도 한 그럼에도 가장 가까울 수밖에 없는 ‘가족의 아이러니'의 역설을 이야기했다. 1편에서는 제프(아담 드라이버 분)와 에밀리(마임 비아릭 분)가 아버지(톰 웨이츠 분)를 오랜 만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홀로 사는 아버지는 남매에게 경제력을 숨기고 형편이 어려운 척하는 연기를 한다. 그럼에도 서로 이에 대해서는 진실을 추궁하지 않고 대충 넘기며 그저 그런 대화를 하다가 만남은 종료가 된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틸컷으로 2부에 등장하는 자매 티머시(케이트 블란쳇 분)와 릴리스(빅키 크리엡스 분).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안다미로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틸컷으로 3부에 등장하는 쌍둥이 흑인 남매 스카이(인디아 무어 분)와 빌리(루카 사바트 분).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안다미로


2편은 홀로 사는 우아한 엄마(샬롯 램플링 분)를 방문하는 자매 티머시(케이트 블란쳇 분)와 릴리스(빅키 크리엡스 분)의 이야기다. 티머시는 모범생, 릴리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방식도 경제 상황도 다르다. 이 가족역시 오랜만에 만났지만 진짜 자신의 이야기는 감추고 잘 차려진 디저트조차 먹지 않고 차만 마시다 어색하게 헤어진다. 3부는 특별했던 부모님을 잃은 쌍둥이 흑인 남매 스카이(인디아 무어 분)와 빌리(루카 사바트 분)가 텅 빈 집에서 부모님을 추억하고 그들의 비밀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이해와 그리움이 깊어지는 애틋한 심정이 절제된 화면에 펼쳐진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틸컷으로 1편 제프(아담 드라이버 분)와 에밀리(마임 비아릭 분)의 아버지(톰 웨이츠 분).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안다미로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틸컷으로 2부에 등장하는 자매 티머시(케이트 블란쳇 분)와 릴리스(빅키 크리엡스 분)의 엄마(샬롯 램플링 분).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안다미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남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자매 그리고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텅 빈 집을 찾아가는 쌍둥이 남매. 옴니버스 구성의 이 영화의 화자가 부모가 아닌 자식이라는 점에 대한 의미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자녀가 바라보는 가족의 이야기, 부모가 바라보는 가족의 이야기는 또 다를 수 있다. 자식은 늘 자신의 입장에서만 가족을 부모님을 바라본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화자인 자식이 아닌 자식들에게 대상화된 부모님의 이야기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 준 감독의 의도가 아닐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3편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지만 모든 편에 등장하는 ‘밥이 네 삼촌이잖아’라는 ‘가족 관계’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이 등장하고, 주인공 남매, 엄마와 자매, 쌍둥이 남매의 드레스 컬러 코드가 서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맞춰진 점, 이들이 운전을 해 부모님의 집으로 갈 때마다 등장하는 보드 타는 아이들 그리고 롤렉스 시계 등은 잔잔한 유머 코드로, 가족의 의미를 은유하는 미장센으로 등장해 영화적 미학을 완성하는 역할을 해 빼 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는 잔잔한 재즈 감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로 시작하는데 영화가 막바지에 다를 때 다시 이 곡을 흘려 내보내 ‘수미쌍관의 미학’을 완성했다. 첫 장면부터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고 여운을 느껴볼 것을 추천할 이 할 영화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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