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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40만 근로자·23만 판매자가 변수

■고강도 제재 카드 예고

손해입증 등 법적요건·절차 까다로워

시정조치 불이행때 가능한 최후수단

플랫폼 멈추면 배달기사 등 생계위협

소상공인·소비자까지 충격 확산 우려

전문가 "과징금·개선명령이 현실적"

쿠팡 로켓배송 차량.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영업정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제재 수위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영업정지는 대형 플랫폼에 전례가 드문 데다 법률상 요건과 절차도 까다로운 만큼 ‘경고’ 성격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정지가 현실화할 경우 쿠팡만이 아니라 판매자·노동자·소비자까지 충격이 확산될 수 있어 처벌은 강하되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주 위원장은 19일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피해 회복 조치를 쿠팡에 요구해야 한다”며 “쿠팡이 이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정보 도용 여부와 재산상 손해 발생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지만 정부가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쿠팡 영업정지 논의의 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것은 공정위 소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이다. 이 법안은 원칙적으로 위반 행위의 중지, 시정 조치, 재발 방지에 필요한 조치 등을 먼저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 행위가 중대해 시정 조치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곤란한 경우에 한해 일정 기간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즉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정 명령, 개선 명령이 먼저 내려지고 이후 이행 여부를 보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민관 합동 조사 결과와 피해 규모, 피해 회복 조치 이행 수준을 종합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재는 별도 진행된다.





다만 공정위가 영업정지 카드를 실제로 꺼내기 위한 문턱은 높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개인정보 유출인데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피해(특히 재산상 손해)’를 중심으로 설계된 제재다. 따라서 영업정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 정보가 실제로 도용돼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또는 발생할 우려가 큰지) △회사가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요구받고 적절히 이행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셧다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정→이행 점검→제재 강화’로 이어지는 단계형 구조인 만큼 영업정지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등장하는 카드인 것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법은 영업정지가 소비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처럼 이용 규모가 큰 플랫폼에서 전면 셧다운이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될 경우 실제 제재는 시정 명령 및 개선 명령과 함께 과징금 등 ‘제재 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업정지 카드는 ‘쿠팡을 멈추는 순간’ 파장이 커진다는 점에서도 논쟁을 낳고 있다. 먼저 쿠팡의 물류·배송 운영이 급감하면 고용과 거래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올 10월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기준 쿠팡 직고용 인원은 9만 3065명으로 집계됐다. 배송 기사, 협력사 인력 등을 포함하면 쿠팡 생태계 고용 규모가 40만 명 이상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쿠팡은 2023년 기준 거래 중인 소상공인 파트너가 23만 명, 이들의 연간 거래 금액이 약 12조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이 갑자기 멈추면 정산·재고·광고 집행 등 운영 전반에 혼선이 생기고 거래 비중이 큰 판매자일수록 단기간 매출 공백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쿠팡의 영업정지보다는 각종 시정 명령과 개선 명령 등 복수의 제재를 내리는 방식이 더욱 현실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주 위원장이 “영업정지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그것에 갈음해서 과징금을 처분할 수 있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영업정지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아예 출입을 막아버리는 것과 같다”며 “과징금과 보안 개선 명령 등 실효성 있는 수단을 조합하는 방식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위법 행위의 비용을 확실히 치르게 하면서 재발 방지 의무를 구체화해 이행 점검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도하게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정지는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과잉 처분이 될 경우 산업 전반에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며 “해외투자자와 글로벌 기업에 주는 메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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