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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피부감각 되찾아준다…유방재건, 의외의 효과 [건강 팁]

■ 홍기용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유방재건, 2015년 건보 적용 10년만에 60% 넘어

끊어진 늑간신경 미세수술로 연결…촉각·온도감각 회복

재건수술에도 로봇 활용 활발…절개범위·통증 감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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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유방재건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유방재건은 머리, 목, 손과 팔, 다리 재건과 함께 성형외과 재건 분야의 한 축을 이뤘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크지는 않았다. 건보 적용은 유방재건술에 대한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 수술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재는 성형외과 재건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술이 됐다. 이런 변화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뚜렷하다. 동일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에서는 유방재건율이 아직까지 전체 유방암 수술의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재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유방재건율이 60%를 넘어선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삶의 질 회복을 중요한 치료 목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유방재건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임상적 발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첫째, 재건 재료의 변화다. 폐암, 간암, 대장암 등 대부분의 고형암은 장기를 절제하거나 필요한 경우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수술적 치료의 핵심이다. 반면 유방은 절제 후 겉모습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다보니 유방의 형태를 복원하는 재건술이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재건 방법은 재료에 따라 크게 자가조직 재건과 보형물 재건으로 나뉜다. 환자 자신의 조직을 복부, 등, 엉덩이 등에서 떼어 유방에 옮기는 자가조직 재건은 촉감이 자연스럽고 장기적 안정성이 높다. 다만 수술시간이 길고 떼어낸 부위의 회복에 대한 부담이 있다. 보형물 재건은 상대적으로 수술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전체 유방재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두 가지 방법 중 환자의 체형과 과거 수술력, 외과의 유방암 수술방법, 향후 항암 및 방사선 치료 여부, 생활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결정한다.

유방재건술 보형물의 삽입 위치. 과거에는 보형물을 대흉근 아래(오른쪽)에 삽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보형물을 근육 위에 위치시키는 방식이 선호된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둘째, 보형물 삽입 위치의 변화다.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이뤄지는 유방재건은 외과 의사가 유방암 절제술이라는 ‘전반전’을 마친 뒤, 성형외과 의사가 같은 절개창을 이용해 ‘후반전’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제 이후 남아있는 유방의 피부는 얇은 경우가 많아 보형물 위치 선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보형물을 대흉근 아래에 삽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근육이 보형물을 덮어 도드라져 보이거나 모서리가 만져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근육을 젖히거나 절개하는 과정에서 통증과 출혈이 유발되고 팔을 움직일 때 보형물이 같이 움직이는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보형물을 피부와 근육 사이의 피하 공간, 즉 근육 위에 위치시키는 방식이 선호되는 추세다. 피부 절제를 최소화하는 유방암 수술 방법의 향상과 인공진피, 보형물 기술의 개선 덕분에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감각 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이 있는 쪽의 유방을 전부 잘라내는 유방 전절제술 후에는 피부 감각이 상당 부분 소실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회복되기도 하지만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 감각 재건은 유방 절제 과정에서 끊어진 늑간신경을 남아있는 피부와 인공신경 등을 이용해 미세수술로 연결함으로써 촉각이나 온도감각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감각 일부가 회복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유방재건의 목표가 단순한 형태 복원을 넘어 감각과 기능 회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로봇을 이용한 재건수술 확대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외과 의사가 로봇으로 먼저 유방암을 절제한 뒤 성형외과 의사가 로봇으로 재건을 진행하는 수술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복부나 등을 이용한 자가조직 재건과 보형물 재건 모두에서 적용 가능하다. 손이 닿기 어려운 부위도 로봇 팔을 이용해 정교하게 봉합할 수 있다. 절개 범위와 통증을 줄이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로봇 장비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유방재건은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절제된 조직을 메우는 과정이 아니다. 재건을 통해 신체의 균형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지면 가정과 사회, 직장으로의 복귀도 한층 수월해진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유방재건 이후 심리적 위축이 완화되고, 이전의 생활 패턴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유방암 환자가 치료로 인해 잠시 멈췄던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의학적 선택인 셈이다.

홍기용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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