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둘러싸고 ‘통계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성과로 강조했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데이터 공백이 발생한 만큼 데이터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현지 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11월 미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집계됐다. 다우존스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3.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6% 올라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백악관은 곧바로 정부 정책 효과로 포장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물가 문제에 대해 아직 승리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CPI 보고서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고 자평했다.
반면 월가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 셧다운의 여파로 대규모 데이터 공백이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통계적 착시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산탄데르US캐피털마켓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결과를 전부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주거비다. 주거비는 CPI 구성 항목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BLS는 주거비를 산출할 때 전체 표본을 6개 패널로 나눈 뒤 매달 6분의 1씩 순환 조사하고 기존에 나온 결과들과 종합해 CPI에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10월 셧다운으로 해당 패널 조사가 중단되면서 데이터 공백이 발생했고 이 여파로 11월 주거비 상승률이 정상적으로 조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EY파르테논이 이번 CPI를 두고 ‘스위스 치즈 같은 보고서’라고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조사 재개 시점이었던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BLS는 이번 발표에서 ‘공표 부적합’으로 분류된 세부 지표 수가 9월 17개에서 11월 45개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셧다운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신뢰도는 점차 회복되겠지만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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