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당선됐다. 중형사인 신영증권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금융투자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높이 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운용사 대표가 맡았던 금투협회장 자리는 다시 증권사 대표가 차지하게 됐다.
황성엽 당선인은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결선 투표 결과 7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최종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황 당선인과 이현승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결선 투표에서 황 당선인은 57.36%를 기록해 41.81%를 받은 이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황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취임 첫 추진 과제로 ‘연금 제도 개선’을 내걸었다. 그는 “한국은 2년 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을 도입했지만 미국 퇴직연금 제도인 ‘401K’나 호주의 연금 제도처럼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연금 제도가 개선 돼야 자본시장과 국가 전략사업, 국민들의 노후가 다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 당선인은 후보 시절 디폴트옵션 상품 범위를 확대하고 심의 과정을 단축하는 등 연금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었다.
부동산이나 은행 예·적금에 편중돼 있던 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동반자를 은행에서 자본 시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는 “비생산적인 유동성 자금을 자본시장에 어떻게 도입할지 관심이 많다”면서 “전국민이 너무 직접 투자에 (자금이) 몰려있어 건강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고환율 주요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한 데 대해서는 “환율 때문에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에)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접근은 좋지 않다”면서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가 균형되게 장기 투자로 가야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핵심 과제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황 당선인은 “대형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형사는 혁신 참여를 강화해 어느 회사나 소외되지 않고 균형 있게 가도록 할 것”이라며 “작은 어항에서 서로 다투고 싸우는 것보다는 큰 어항에서 (금융투자)생태계가 잘 굴러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당선인은 "(증권·자산운용·선물업협회가 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된 지 16년이 된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며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 줘 말했다. 이를 위해 호주 금융센터 포럼을 벤치마킹한 ‘K자본시장 포럼’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 간 상시 ‘정책 협의체’를 신설해 적극적인 소통 창구도 구축할 계획이다. ‘단임 협회장’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3년 동안 맡은 바를 완수할 것이며 단임이면 충분하다”면서 “퇴임 고문 대우는 일체 받지 않고 고문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황 당선인은 1963년생으로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2020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38년째 ‘신영맨’으로 근무하고 있다. 황 당선인의 당선 배경에는 금융투자 업계의 ‘서울대 똥파리(82)’ 학번의 든든한 지지가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차기 금투협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와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82학번 동기인 황 당선인의 든든한 아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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