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코사이언티스트(동료 과학자) 기술과의 시너지가 특히 기대되는 분야는 신약 개발을 포함한 바이오다. 구글 딥마인드가 AI 모델 ‘알파폴드’로 신약 개발 혁신을 일으킨 이래 국내 스타트업들도 잇달아 독자 기술로 한국형 모델, 이른바 ‘K알파폴드’ 상용화에 나섰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갤럭스는 이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항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 ‘안티보디 엔지니어링&테라퓨틱스 2025’에 참가해 ‘드노보 항체 설계’의 결합 성공률을 세계 최고 수준인 31.5%까지 높인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해당 기술을 지난달 사전 논문으로 공개한 데 이어 글로벌 무대에서 공식 발표한 것이다.
항체는 바이러스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항원과 결합해 그것을 무력화하는 몸속 단백질이다. 질병 치료를 위해 해당 항원과 잘 결합하는 항체를 AI로 설계하는 기술이 드노보 항체 설계다. 다만 이 기술은 실제 유효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수율인 결합 성공률이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스 관계자는 “30%대 성공률은 기존 대비 수천 배 수준”이라며 “전 세계에서 연구 그룹 5곳만 성공 사례를 보고한 고난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정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시작되면서 참여 스타트업들도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 기업인 히츠는 학교와 컨소시엄을 이뤄 딥마인드 최신 모델 ‘알파폴드3’를 뛰어넘는 ‘K폴드’ 개발에 도전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AI가 단백질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의 원리를 스스로 배우도록 해 예측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히츠는 클라우드로 신약 개발용 AI를 제공하는 ‘하이퍼랩’을 서비스하며 누적 103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루닛 컨소시엄은 분자·단백질·유전체·임상 등 복잡한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의과학 연구를 돕는 세계 최초 ‘전주기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트릴리온랩스도 참여해 언어모델을 넘어 바이오로 진출한다. 트릴리온랩스는 순수 독자 개발 방식인 프롬스크래치로 국내 최대 수준인 700억 매개변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범용 AI 과학자 개발 사례도 등장했다. 아스테로모프는 스스로 가설부터 실험 계획까지 세우는 모델 ‘스페이서’를 개발했다. 모델은 실제로 세포 내 미세한 칼슘 주입을 통해 간암세포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구체적 실험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플루토랩스의 ‘싸이냅스 AI’는 구글 등 빅테크 범용 모델의 10분의 1 비용으로 고효율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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