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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키우는 외환당국의 침묵[기자의 눈]

배상윤 경제부 기자


최근 외환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한미 금리 격차가 좁혀졌고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던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주춤해져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움직여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 여건이 우호적으로 돌아섰음에도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시장이 외환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시장의 공포를 잠재워야 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외환 당국의 불통이 오히려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 당국이 내놓는 대국민 메시지에 알맹이가 빠져 있다. 이달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는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휴일에 소집된 회의였음에도 회의 종료 후 배포된 보도 자료는 한 페이지에 불과했다. 그마저 내용도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는 단 한 문장이 전부였다.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정부가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결과적으로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구체적인 회의 내용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한 실무진 차원의 배경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 등 외환 당국은 출입기자들의 취재 연락과 문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언론 차단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무적 감각도 아쉬운 대목이다. 기재부는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기업 임원들을 불러 모아 환 헤지 비율 확대를 주문했다. 정부가 민간 수출기업을 상대로 달러 매도를 당부하는 모습은 자칫 당국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고갈됐다는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정부가 15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를 연장하며 시장 안정 조치를 취했음에도 다음 날 기업들을 소집한 것은 외환 당국의 다급함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됐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당국의 명확한 메시지와 소통 의지에서 출발한다. 외환시장 관련 주간 정례 브리핑을 신설해 언론과 상시 소통하고 질문에 당당히 답하는 정공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통이 멈춘 곳에서 진짜 위기가 시작된다.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해 질문하는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고환율의 파고를 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배상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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