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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좀비 팹’의 역습…삼성 파운드리 위협하는 SMIC [갭 월드]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23>

SMIC 美 제재에도 5나노 양산 강행

수익성 무시한 ‘빅 펀드’ 무한 수혈

선단 TSMC·구형 SMIC…낀 신세 삼성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 로고. EPA연합뉴스




미국의 고강도 제재 그물망이 뚫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시장 논리를 비웃듯 5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 양산에 진입했다. 수익성을 철저히 무시한 채 오직 ‘기술 자립’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이들의 생존 방식이 이제 삼성전자(005930)의 턱밑까지 칼끝을 겨누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SMIC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27% 이상 급증해 사상 최대치인 80억 3000만 달러(약 11조 4800억 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순이익은 약 45%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는 커지는데 실속없는 기형적 실적 구조다. 이는 이익보다는 점유율 확대와 기술 축적에 사활을 건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가 만든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美 제재 속 EUV 없이 ‘맨땅에 헤딩’
비용 50% 급증해도 “우선 찍는다”


SMIC는 기술적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만 시장주의 논리로 볼 때는 이해 불가다.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를 구할 수 없는 SMIC는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를 극한으로 활용하는 ‘SAQP(Self-Aligned Quadruple Patterning)’ 기술을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붓칠을 네 번 덧칠해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격이라고 표현한다. 이론적으로 미세 회로 구현은 가능하지만 공정 단계가 복잡해지고 불량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어서다.

수율은 처참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테크인사이트 등 분석 기관에 따르면 SMIC의 5나노 공정 수율은 상업적 마지노선에 한참 못 미치는 4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TSMC나 삼성전자의 동급 공정 수율이 90%를 상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정이 늘어나니 비용도 뛴다. 웨이퍼당 생산 비용은 TSMC 대비 5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파산이 당연하지만 화웨이라는 확실한 내부 고객과 손실을 메워주는 정부 보조금이 있어 SMIC 팹은 현재도 가동 중이다. 중국 정부 지원없이는 돌아가지 못해 일각에서 ‘좀비 공장’이라 손가락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 출신 CEO ‘양몽송’의 마법
美 제재 뚫고 DUV로 5나노 구현


반도체 기판 위로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문구가 찍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무모한 도전을 완성한 인물은 양몽송(량멍쑹) 공동 최고경영자(CEO)다. 대만 출신으로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거친 그는 삼성 재직 시절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로 전해졌다. 그는 장비 반입이 막힌 악조건 속에서도 DUV 장비만으로 7나노를 넘어 5나노까지 구현하는 기술 로드맵을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그를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여긴다. 2020년 경영진 내분으로 양 CEO가 사직서를 던졌을 때 이사회가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전권을 쥐여주며 붙잡은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 SMIC는 전시(戰時)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기술 인재인 양 CEO가 설계한 로드맵에 따라 ‘얼마나 남기느냐가 아닌 만들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추져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65조 ‘빅펀드’의 SMIC 엄호
삼성 파운드리 구형 공정 고객 뻇겨


중앙처리장치(CPU)가 미국과 중국 국기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MIC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거대한 뒷배가 있다. 올 5월 중국 정부는 창당 이래 최대인 3440억 위안(약 65조 원) 규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빅펀드) 3기’를 출범시켰다. 중국 재정부와 6대 국영은행이 쏟아부은 이 돈은 SMIC의 설비 투자와 장비 국산화에 대부분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SMIC는 무늬만 상장 기업일 뿐 실상은 국가 전략을 수행하는 국영 공장”이라며 “적자가 나든 말든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SMIC는 북방화창(Naura) 등 토종 장비 업체 제품을 적극 도입하며 ‘탈미국 공급망’의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불똥이 한국 반도체, 특히 삼성전자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 수율과 수익성 문제로 투자를 주춤한 사이 SMIC는 28나노 등 레거시 공정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 내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까지 겹쳐 현지 팹리스들이 삼성 대신 SMIC를 선택하는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단 공정은 TSMC에 밀리고 레거시 공정은 SMIC 물량 공세에 치이는 삼성의 ‘샌드위치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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