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연주자…꿈의 무대 올랐다

세종문화회관 ‘동행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변호사·회사원 등 20~60대 시민 31명

퇴근 후 8개월간 모여 합주 맹연습

선생님 자처한 서울시향 단원들

청소년 '꿈나무 오케스트라'와 협업

"음악으로 연대·소통·성장 메시지"

아마추어 시민 단원으로 구성된 ‘동행 오케스트라’가 1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창단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시민 오케스트라 ‘누구나 동행챔버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가 지난 12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정병휘의 지휘로 31명의 시민 단원이 무대에 올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밀도 높고 완성도 있는 앙상블을 들려줬다. 바로크와 낭만시대, 영화음악까지 현악 앙상블의 다양한 매력을 아우른 이 무대는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꾸준한 연습과 축적된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나눔과 동행의 가치를 공연으로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시민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창단을 추진했다.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총 35명의 단원이 최종 선발됐다. 담당자인 김은정 세종문화회관 PD는 “수많은 민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지만 ‘동행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어떤 레퍼토리를 합주해봤다’는 경험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며 “음악을 통해 나눔과 소통의 의미를 실천하려는 데 뜻을 같이한 분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은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연주자로 모여 연습을 이어왔다. 창단 연주회에 앞서 지난 10일 늦은 저녁 세종문화회관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단원들은 “퇴근 후 지쳐 연습실로 오지만,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며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간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올린 18명, 비올라 5명, 첼로 6명, 콘트라베이스 2명 등 총 31명의 단원들은 지난 3월 첫 모임 이후 8개월간 거의 매주 수요일 저녁, 두 시간씩 합주하는 강행군을 해왔다.

시민 단원들은 대부분 생업이 따로 있는 이들이다. 이날도 정장에 와이셔츠 등 출근복 차림으로 연습실에 모인 단원들이 적지 않았다. 한때 음악가를 꿈꾸며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으나 다른 길을 선택하며 악기를 내려놓았던 이도 있고, 어린 시절 배운 악기를 다시 꺼내 오케스트라의 꿈을 실현한 이들도 있다.



강종호 HD현대오일뱅크 중부전략팀 팀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30년 만에 ‘봉인해제’한 어머니의 첼로를 들고 입단에 성공했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첼로를 그는 오랫동안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강 팀장은 “전공자가 아니어서 합주 외에도 별도의 개인 연습이 필요했다”며 “첼로 파트끼리 따로 모이기도 하고 개인 연습도 병행하며 매주 주말마다 연습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악기라 한동안 ‘방치’해뒀던 첼로를 무대에 서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다른 단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소리를 들으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동행 오케스트라의 성장은 조력자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서울시향 소속 바이올리니스트 허상미, 비올리스트 임요섭, 첼리스트 차은미, 더블베이시스트 강인한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거의 매주 연습실을 찾아 각 파트를 지도했다. 오디션부터 함께 했던 정병휘 지휘자는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국내외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를 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온 프로 지휘자다.

세종문화회관 동행챔버오케스트라가 10일 연습실에 모여 합주하는 모습. 20~60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매주 수요일 저녁 맹훈련을 하며 12일 창단 연주회를 가졌다. 성형주 기자


세종문화회관 동행챔버오케스트라가 10일 연습실에 모여 합주하는 모습. 20~60대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매주 수요일 저녁 맹훈련을 하며 12일 창단 연주회를 가졌다. 성형주 기자


더욱 특별한 도우미들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의 ‘꿈나무 오케스트라’ 출신 연주자들이 조교로 참여한 것이다. 꿈나무 오케스트라는 세종문화회관이 장애인,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교육 프로그램이다. 10대 시절 이 오케스트라에 합류해 첼로와 오보에를 전공한 청년 두 명이 이번 창단 과정에 조교로 힘을 보탰다. 김은정 PD는 “성인들의 오케스트라 활동이 꿈나무 단원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정기 연주회를 이어가는 한편, 꿈나무 오케스트라와 협력해 음악을 통한 성장과 나눔의 메시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동행오케스트라는 향후 관악 파트 확대도 고민 중이다. 정병휘 지휘자는 “단원들의 실력과 열정이 매우 뛰어나다”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가운데 ‘동급 최강’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뜻깊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