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정부 자산 매각 규모가 300억 원을 넘을 경우 국무회의와 국회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 입찰 매각 시 유찰이 반복되면 감정가액의 절반 수준까지 낮춰 팔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폐지되고 공공기관 지분 매각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바뀐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자산 매각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정부 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진행·검토 중인 매각 건도 재검토해 시행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긴급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국정감사와 언론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재정 여건 악화를 이유로 국유재산을 무리하게 매각해 국고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인 2022년 1369조 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국유재산 규모는 적극적인 매각·활용이 이어지면서 2024년 1344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처분된 국유재산 규모는 78조 6000억 원으로 당초 계획(33조 3000억 원)을 136.3% 초과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무분별한 민영화를 방지하고 ‘헐값 매각’ 논란과 매각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뒀다.
우선 정부 자산 매각 관리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의 운영지원과장 전결 또는 기관 이사회 의결로 매각이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 전문 심사기구’를 부처(기관)별로 신설해 매각 대상 선정과 가격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했다.
300억 원 이상 매각 건은 국무회의를 거쳐 반드시 국회 소관 상임위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 50억 원 이상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매각 전문 심사 기구의 보고·의결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50억 원 이상 매각 건은 총 330건(7조 9622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300억 원 이상 매각 건은 총 51건(4조 8304억 원)에 달했다.
다만 기금 여유 자금 운용 등 시장 대응이 필요한 자산 매각이나 한국투자공사(KIC)처럼 기관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한 상시적 매각 활동은 국회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손실 보상이나 주택법상 목적 외 처분 제한 등 법령에 따라 매각이 불가피한 경우는 사후 보고로 대체해 행정 낭비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헐값 매각 논란도 원천 차단한다. 현행 국유재산법(시행령 42조)은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 매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매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할인 매각이 불가피할 때는 사전에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일가가 상속세 대신 정부에 물납한 지주사 NXC 주식의 매각 작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10억 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 시에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필증 발급이 의무화된다. 정부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졸속 민영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공공기관이 출자한 공공기관의 지분 매각 시 소관 상임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신설된다. 현재 법령은 민영화 계획 수립 후 국회 사후 보고만 규정하고 있어 국회가 사전에 민영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매각 관련 정보 공개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 자산 매각이 결정되면 입찰 정보를 즉시 웹사이트(온비드)에 공개하고 매각 후에는 해당 자산의 소재지와 가격, 매각 사유 등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후 외부 통제도 강화한다. 정부 자산의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의 행정 목적 등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강영규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정부 자산은 단순한 재정 수입 수단이 아니라 국가·지역 공동체, 미래 세대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전략적 신산업 지원, 사회적 경제 조직 지원, 공공주택 공급 등 적극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본지 9월 24일자 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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