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중개·결제 수수료를 부과해온 쿠팡이츠에 ‘시정명령’을 부과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쿠팡이츠가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하라는 공정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이츠에 대해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10월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관련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조항은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주문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입점업체들은 할인 비용과 수수료 등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쿠팡이츠에 60일 내 해당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이 조항이 약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위의 시정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쿠팡이츠에 입점한 한 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쿠팡이츠는 현재까지 기존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쿠팡이츠는 법의 위반 여부를 두고 공정위와 적극 다퉈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 올해 5월 기준을 바꿔 할인 후 가격 기준으로 중개·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공정위가 다음 단계인 시정명령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이강일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도 논의했던 내용으로 쿠팡이츠는 입점업체들의 요구 및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쿠팡은 법과 제도, 사회적 합의, 합리적 상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앱 업계에서는 쿠팡에서 고객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후 공정위 등이 쿠팡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쿠팡이츠의 약관까지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점에 주목한다. 쿠팡을 향한 압박 수위가 회사 창사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도 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약관, 서비스 등은 업체들이 유사하게 적용하고 있어 공정위 등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다"며 "쿠팡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사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으로 쿠팡 로켓배송부터 쿠팡이츠 무료배달까지 각종 혜택을 한 번에 제공해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 멤버십을 해지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쿠팡이츠의 이용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입점업체들은 할인분에 대한 중개·결제 수수료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동시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문 급감 가능성까지 걱정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이달 9일 기준 237만 명으로 추산됐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전해진 후 첫 주말인 11월 30일 쿠팡이츠 DAU가 310만 명에 달했는데 일주일여 만에 23.5% 감소한 셈이다. 쿠팡이츠 이용자는 이달 6일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전에는 쿠팡이츠가 수도권에 한해 배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14일 밝혔다. 쿠팡의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가적 참사 앞에서 쿠팡 책임자들은 국민과 국회를 외면하고 줄행랑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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