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비만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의 임상 3상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릴리의 '마운자로' 등 기존 비만치료제를 뛰어넘는 체중감량 효과가 입증됐다. 다만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이 높아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개발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3상(TRIUMPH-4) 연구에서 68주 투약 후 체중이 평균 28.7%(기준 112.7kg 대비 약 32.3kg)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운자로(22.5%), 위고비(20% 미만) 등 현재 출시된 비만치료제들을 모두 앞지르는 성과다.
이번 임상은 고도 비만 및 무릎 골관절염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을 무작위로 3개 그룹으로 나눠 주 1회 레타트루타이드 9㎎, 12㎎, 위약(가짜약)을 투약하고 68주 동안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임상을 완료한 환자 기준으로 체중은 9㎎ 투약군에서 26.4%(29.1kg), 12㎎ 투약군에서 28.7%(32.3kg) 감소했다. 위약군은 2.1%(2.1kg) 감소에 그쳤다.
체중 35% 이상 감량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레타트루타이드 9㎎ 투약군에서 18.2%, 12㎎ 투약군에서 23.7%였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체중 35% 이상 감량에 성공한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압도적인 체중 감량 효과의 비결은 레타트루타이드만의 차별화된 작용 기전에 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글루카곤 등 3가지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비만치료제다. 릴리의 기존 제품인 마운자로는 GIP와 GLP-1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작용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임상 3상 결과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비만치료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무릎 관절염 통증 완화에도 효과를 보였다. 임상 결과 무릎 골관절염 지수(WOMAC) 통증 점수가 평균 4.5점(75.8%)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2.4점(40.3%) 감소에 그쳤다.
높은 치료 중단율은 과제로 남았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투약 중단율은 12㎎ 투약군에서 18.2%, 9㎎ 투약군에서 12.2%를 기록했다. 위고비 7%, 마운자로(15㎎) 6.2%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다만 릴리는 투약 중단 사유에 '과도한 체중 감소'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급격한 체중 감소로 임상 참여자의 건강을 고려해 약물 투약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다.
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를 비만 외에도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지방간, 만성 요통, 심혈관·신장 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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