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가 발행 주체를 둘러싼 공방에 머무는 사이 기업들은 지갑·결제·정산 등 실제 사용을 전제로 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헥토이노베이션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보유한 월렛원(구 헥슬란트)을 앞세워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헥토이노베이션은 9월 월렛원 지분 47.15%를 약 92억 9000만 원에 인수했다. 월렛원은 기업용 가상화폐 지갑 관리 서비스 옥텟과 개인 사용자 대상 오하이를 운영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에 쓰이려면 이용자가 자산을 보관하고 송금할 지갑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VASP 라이선스를 갖춘 지갑 사업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렛원 관계자는 “VASP 중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는 오하이 월렛이 유일하다”면서 “최근 금융사를 포함한 기업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수호는 결제·정산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기관용 스테이블코인 외환·청산 결제 인프라 ‘프로젝트 남산’을 주도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각국 스테이블코인이 발행·유통되는 환경을 고려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 결제를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인프라 구축이 목표다.
이달에는 유럽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올유니티와 협력해 원화(KRW)와 유로(EUR) 간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 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올유니티는 유럽연합(EU)의 가상화폐 규제 체계인 미카(MiCA)를 준수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유로에이유(EURAU)’를 발행하고 있다.
가상화폐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1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아발란체와 폴리곤에 이어 최근에는 바이낸스가 지원하고 있는 비앤비 체인으로 발행 체인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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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는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 서클의 퍼블릭 블록체인 아크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아크 테스트넷에서 KRW1 발행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멀티체인 전략으로 KRW1의 글로벌 유통과 실사용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KRW1은 개념검증(PoC) 단계로 기술 검증과 같은 비상업적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KRW1의 발행량은 9000만 원 규모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이큐비알(EQBR)은 무역금융과 외국인 대상 결제 등 실사용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해외 환자 유치 전문기업 닥터리퍼와 협력해 외국인 대상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외국인 환자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진료비를 결제하면 병원과 해외 파트너, 현지 의료진 등 이해관계자 간 정산을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로 처리하는 구조다. 세무·회계·행정·정산 등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운영 절차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EQBR은 국내 모빌리티 컨시어지 플랫폼 차봇모빌리티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결합한 K-중고차 수출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EQBR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재화가 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영역은 아직 공백에 가깝다”며 “무역과 의료 등 실사용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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