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의료를 대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음에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명 의료 시술에 드는 건강보험 지출이 현 추세대로라면 2070년에는 17조 원까지 불어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65세 이상의 한국인 84%가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사망자 중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7%에 그쳤다. 올해 8월 기준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자가 300만 명을 넘었지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확인된 셈이다.
연명 의료 시행 증가로 의료비 부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연명 의료 환자의 임종 전 1년간 생애 말기 의료비는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연구진은 현재처럼 고령 사망자의 약 70%가 연명 의료 시술을 받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명 의료 관련 지출이 2030년 3조 원에서 2070년에는 16조 9000억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연명 의료 시술 비율이 고령층 설문에서 나타난 ‘원하지 않는다’의 응답 수준인 약 15%로 감소할 경우 2070년 지출은 3조 6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기존 전망치에서 약 13조 3000억 원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는 수준이다. 한은은 “절감된 재원을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스피스, 완화 의료, 돌봄 인프라 확충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연명 의료 문제가 한국 사회 구조 개혁을 위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생명의 존엄성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건강보험 재정과 같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너무 커서 이것을 다루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도 많이 제기됐다”면서 “그러나 연명 의료가 초래할 거시경제적 문제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있어 연구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친의 연명 의료 중단을 결정한 경험을 소개하며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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