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꺾고 이지스자산운용의 새주인이 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는 예일대 대학기금을 발판으로 설립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장레이가 2005년 창업한 이후 2007년 한국에 첫 투자한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자평한다. 다만 그동안 국내 기업 투자 과정에서 고배당을 받아간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형 자산운용사의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금융당국이 힐하우스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단계에서 유력 인수후보였던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에 못미치는 9500억 원 대 안팎의 인수가를 제안했다가 본입찰 이후 돌연 1조 1000억 원을 추가로 전달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매각 초반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주이면서 매각의 한 축을 잡고 있던 조갑주 전 이지스 신사업추진단장은 대외적으로 해외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지면서 힐하우스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매각 초반 이지스의 분산된 주주 가운데 매각에 응한 지분율은 66.6%에 불과했고 해외 투자 자산의 부실이 예견된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전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본게임에 가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후보들이 부르는 가격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본입찰에서는 1조 500억 원을 제시한 흥국생명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지만, 힐하우스는 본입찰 이후 추가로 조건을 제안할 수 있는 프로그래시브 딜(경매 호가식 입찰)을 통해 1500억 원 가량을 올리면서 뒤집었다.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국내 부동산운용사 인수에 나선 배경으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운용사업을 확대하는 행보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힐하우스는 지난해 일본 부동산 개발사인 샘티 홀딩스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도쿄 등 일본 주요 호텔 자산 10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를 조성했다.
이지스 역시 일본에서 일종의 다세대 주택인 멀티패밀리 투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새롭게 부동산 개발 사업을 확장하는 힐하우스로서는 이지스가 국내에서 확보한 초대형 복합개발 경험과 대형 오피스 자산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힐하우스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 가운데 테크·소비재·기후변화·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업 초기부터 경영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투자했다. 주요 출자자 역시 스탠포드 대학기금과 캐나다연금(CPPIB) 등 장기 사모투자에 밝은 기관투자자다.
힐하우스가 국내 투자자로 걸어온 행보는 공과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힐하우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SK에코프라임은 경영 첫해인 2024년 160억 원의 순이익을 4배 넘는 700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반면 그 해 설비투자는 16억 원에 그쳤다. 배당금은 해외로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에코프라임을 인수하기 위해 힐하우스가 설립한 센트리 홀딩스의 인수금융을 갚는데 쓰였다. 힐하우스 측은 SK에코프라임에 있던 상당한 규모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것으로 글로벌 PEF 업계의 일반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PEF와 비교해도 차이는 있다. 힐하우스는 SK온 상장전 투자에도 뛰어들었지만, SK온이 계획했던 상장을 미루자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또다른 투자자였던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SK온에 장기 성장성을 신뢰해 재투자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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