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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내쫓으면 나라 망한다” 상속세 개편 무산…李대통령 지시에도 유야무야[Pick코노미]

李대통령 ‘잔인한 세금’ 지적하며 대수술 예고

여야 합의 실패로 '용두사미’

스위스 국민 78% "슈퍼리치 상속세 신설 반대“

韓, 28년째 묶인 공제한도에 중산층만 '세금 폭탄’

전문가들 "징벌적 상속세, 신속 개편해야"





정부가 올해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상속세제 개편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며 사실상 무산됐다. 1950년 제정 이후 유지돼 온 유산세 체계를 뜯어고치고, 28년째 요지부동인 공제 한도를 상향하려던 계획이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장기 과제로 이월됐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도 유아무야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상속세 과세 체계를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보류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유산취득세는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전체 재산에 대해 세금을 먼저 떼는 게 아니라 개별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만큼 과세하는 방식이다. 1997년 정해진 후 28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도 후속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상속세 개편은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하며 논의에 속도가 붙는 듯 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집주인이 사망하고 남은 가족들이 돈이 없으니까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며 현행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5억 원을 각각 8억 원, 10억 원으로 확대해 총 18억 원까지 배우자가 상속세를 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는 상황인데 현행 공제 수준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중산층까지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상속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원회도 공제 항목을 중심으로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집권 1년 차이고 지지율이 50%를 넘는 이 대통령의 상속세 개편 약속도 흐지부지된 셈이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진전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수 감소 우려다. 지난 정부에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다 상속세마저 깎아주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논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 여당의 지지 기반인 진보 시민단체들은 지난 정부에서 도입된 혼인·출산증여공제 확대도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며 상속세 완화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낡은 이념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유산취득세 전환과 공제 한도 상향이라는 상속세 개편은 장기 과제로 밀려났다.

이는 슈퍼리치가 넘쳐나는 스위스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부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스위스는 국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거부하는 선택을 했다. 스위스 사회당 청년부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 자금 마련을 명분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5000만 스위스프랑(약 914억 원) 이상의 자산을 상속할 때 50%의 세금을 물리자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60억 스위스프랑(약 10조 원)의 세수가 확보돼 건물 리모델링, 재생에너지 개발 등 생태적 전환에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상은 상위 2500가구, 스위스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국민은 세금을 내지 않고 혜택만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표퓰리즘적 관점에서 보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법안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최종 집계 결과 스위스 유권자의 78%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부자들을 겨냥한 세금 정책에 나라 경제의 근간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을 막겠다는 스위스 국민들의 냉철한 실용주의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대는 사이에 글로벌 자본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 고액 자산가 순유출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4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상속세율만 보더라도 한국은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해 50%로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호주·캐나다·스웨덴 등은 이미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한국에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국가의 자본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개편을 할 필요가 있다”며 “세수 감소 우려를 덜 수 있는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자 내쫓으면 나라 망한다” 상속세 개편 무산…李대통령 지시에도 유야무야[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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