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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세 50%’ 스위스도 막았는데 왜 우리만 고집하나

11월30일 국민투표를 치른 스위스 제네바시 거리에 ‘슈퍼리치’ 상속세율 인상 등 각 정당의 공약을 알리는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스위스가 지난달 30일 진행한 국민투표에서 ‘슈퍼리치’에게 50%의 고율 상속세를 부과하는 안건이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5000만 스위스프랑(약 914억 원) 이상을 상속·증여하는 초부유층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재원을 마련하자는 좌파 정당의 제안에 국민의 78%가 반대표를 던진 것은 부유층 이탈이 세수 감소 등 경제적 손실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위스가 극소수 부유층에게도 부과하지 못하도록 막은 50%의 상속세율이 한국에서는 30억 원만 자녀 등에게 물려줘도 적용된다. 심지어 최대주주에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60%의 세율이 붙은 엄청난 상속세가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징벌적’ 상속세율의 폐해는 익히 알려져 있다. 올해 한국을 떠나는 고액 자산가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24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세 부담 때문에 가업승계를 못 해 문을 닫기도 한다. 서울에 집 한 채 물려받았는데 세금을 내지 못해 살던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가족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너무 잔인하다”며 상속세제 개편을 약속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28년째 그대로인 인적공제 한도를 18억 원으로 올리는 논의가 진전되나 싶더니 이조차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상속세 개편을 장기 과제로 보류했다.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힌 정부·여당이 세수 감소를 핑계 삼아 차일피일 개편을 미루는 사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이 사라지고 중산층 가계가 벼랑으로 내몰린다면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을 짓누르는 과도한 세금은 증시 활성화와 새로운 기회 창출에도 악재다. 대만은 2009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10%로 낮췄고 이후 주가지수가 5배 가까이 뛰었다. 상속세율 0%인 홍콩은 초고액 자산 가문의 ‘패밀리 오피스’ 유치로 부(富)를 끌어모으고 있다. 경제 활력을 찾고 지속적 성장 기반을 확립하려면 국민 눈높이와 국제적 수준에 맞게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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