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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파는 삼성 D램…'한 식구' MX부문에도 분기별 공급 유지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확대

HBM 쏠림 현상에 공급난 심화속

책임경영 강화로 부문별 협상 치열

수익성 극대화 위해 고객사 물량배정

내년까지 반도체실적 대폭 개선될듯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HBM3E(5세대)가 적용된 엔비디아 GB300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 슈퍼칩을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기자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부문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메모리반도체 장기 공급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분기 공급계약을 지키면서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 등 고수익 제품 위주의 생산라인 운영을 지속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MX사업부와 모바일 D램을 1년 이상 장기 공급하는 것을 협의했으나 기존대로 분기 단위 3개월 계약을 유지했다. MX사업부는 ‘칩플레이션(반도체를 의미하는 칩과 인플레이션 합성어)’ 대응책으로 고위 임원까지 나서 DS부문과 추가 협상을 벌였지만 4분기 모바일 D램 계약을 연말까지 맺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DS부문이 한 식구인 MX사업부와 장기 계약을 맺지 않고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은 단순 이견을 넘어 수익성 중심의 생산 포트폴리오 재편 결과로 해석된다. AI 가속기는 HBM뿐 아니라 모바일용 저전력 D램 공급망까지 잠식하고 있다. 부문별로 책임경영을 강화한 삼성전자 내에서도 한 식구보다는 더 높은 값을 쳐주는 외부 고객사에 먼저 공급하는 시장 논리가 우선시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AI 가속기 생태계는 HBM 중심에서 모바일 D램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메모리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호퍼·블랙웰 등 최신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근처에 HBM을 배치하고 전력 효율(Power Efficiency) 극대화를 위해 중앙처리장치(CPU) 연산용으로 모바일 D램을 대거 채택하고 있다.

통상 스마트폰 한 대에 12~16GB(기가바이트) 안팎의 모바일 D램이 탑재되는 반면 AI 서버용 칩셋에는 500GB 이상 고용량 모듈이 장착된다. AI 가속기 하나가 스마트폰 40~60대 분량의 메모리 수요를 흡수하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HBM 쏠림 현상에 따른 D램 생산 감소는 공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칩 크기가 크고 공정 난도가 높아 웨이퍼 투입량이 많다. 삼성전자 DS부문이 HBM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존 D램 라인을 HBM용으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바일과 PC용 범용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수익성 격차가 기름을 부었다. 업계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서버용 모바일 D램의 영업이익률을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산한다. 반면 스마트폰용 범용 모바일 D램 제품의 이익률은 20~30%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DS부문 입장에서는 줄어든 범용 라인 내에서 생산된 모바일 D램을 AI 서버 고객사에 우선 할당하는 것이 이익 극대화에 유리하다. 스마트폰용 물량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까지 AI 가속기 공급을 우선시하면서 범용 D램 부족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신규 반도체 공장(Fab·팹) 가동이나 수율 안정화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지만 AI 서버와 온디바이스 AI 기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최소 내년까지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책임경영’ 기조를 한층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DS와 DX 각 사업 부문이 독립적인 손익계산서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실적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DS부문으로서는 3분기 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한 기세를 몰아 4분기와 내년 1분기 메모리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최대 수익을 실현하는 게 지상 과제다.

DS부문은 한 식구인 MX사업부와 분기 계약을 지속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공급 물량이 많은 중국 레노버와는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만큼 사업성에 기반해 고객사를 관리하고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최근 실적을 발표하며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비해 2026년까지 1년 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레노버와 계약을 맺은 곳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양 회장이 분기별로 회동을 가질 만큼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레노버 공급 물량이 MX사업부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야 ‘원 삼성’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열사·부문별로 철저하게 독립된 회사처럼 움직이는 사업 관계가 정착됐다”며 “칩플레이션 파고 속에서 MX사업부의 홀로 서기 역량이 내년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GB200) 이미지. 오른쪽 위 황금색 부분이 GPU로 양 옆으로 HBM이 빼곡히 배치돼 있다. 아래 검은색 테두리의 무지개 빛 칩이 CPU로 양 옆으로 LPDDR이 탑재됐다. 사진제공=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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