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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소비 덮친 '퍼펙트 스톰’…부동산 빚, 경제의 동맥경화 됐다[Pick코노미]

부동산발 가계부채가 부른 '구조적 소비 둔화'

고물가·고환율 충격 겹쳐…소비 위축될 듯

세계 3위 속도로 가계 부채 증가

소비 줄어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

10년간 민간 소비 0.4%씩 둔화

금리 인하 종료…내년에 금리 오를 수도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적이 한국 경제의 내수를 서서히 위축시키는 동맥경화로 작용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 10여 년간 빚이 급증하지 않고 2012년 수준으로 관리됐다면 현재 민간소비 규모가 5%가량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은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4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3.8%포인트 늘어나 중국·홍콩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채비율이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국가 중 민간소비 비중이 오히려 감소(-1.3%포인트)한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민간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오히려 민간소비를 짓눌렀다. 한은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2013년부터 민간소비를 매년 0.40~0.44%포인트씩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12년에 머물렀다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실제로 나타난 것보다 4.9~5.4% 높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 위축이 나타난 주요 원인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상승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지목됐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DSR 비율은 1.4%포인트 늘어 노르웨이(5.9%포인트)에 이어 세계 2위를 나타냈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 제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가운데 내년부터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실상 금리 인하 종료를 선언한 상황에서 고환율의 영향으로 물가마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0년간(2014~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8%포인트 급등해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세 국가의 공통점은 이 기간 부동산 시장이 팽창하면서 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출이 소비시장이 아니라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쏠림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1.3%포인트 뒷걸음쳐 가계부채가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국가 중 유일하게 소비가 줄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6%포인트 넘게 늘어난 중국보다 오히려 씀씀이가 더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집을 팔아 시세차익이 나도 소비에 쓰는 대신 상급지 주택으로 재투자하는 관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 위축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1% 상승할 때 민간소비는 고작 0.02% 증가하는 데 그쳐 주요국(0.03~0.23%) 대비 부(富)의 효과가 낮았다. 무주택자나 청년층 유주택자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오히려 소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환율과 통화정책 변화 조짐도 민간소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되면서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일정 기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환율 상승은 3~6개월 뒤에 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율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를 0.04%포인트 끌어올린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도 있다.

더 큰 충격은 채권시장에서 감지되는 금리 공포로 인한 소비 위축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값 상승에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재점화되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오히려 내년에는 금리 동결을 넘어 고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은의 11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는 기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는 문구가 “추가 인하할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민간소비 부진이 단순한 부동산 가계부채 영향이 아니라 구조적 복합 위기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계부채라는 만성질환에다 고환율·저성장 쇼크가 겹친 위중한 상태라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명목이든 실질이든 GDP가 늘어나면 통상 소비도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안 늘어난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며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비도 줄어든 게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다 물가도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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