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으로 주(州) 방위군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용의자가 과거 중앙정보국(CIA)에 조력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남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3세계로부터의 미국 이주를 영구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가 하면 19개 우려 국가 출신 미국 영주권자의 자격을 전면 재조사하겠다며 불법 이민 단속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찍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인 27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미군 장병들과 화상 통화를 하며 총격 사건 피해자인 방위군들의 상태를 전했다. 용의자를 “괴물(monster)”이라고 표현하며 “그 역시 상태가 심각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말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으로 2021년 9월 미국에 입국한 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칸왈은 과거 미 CIA가 조직·훈련시킨 ‘제로 부대’에 소속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돕는 임무를 수행했다. 2021년 미군 철수 때 라칸왈도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와 미국에 입국했고 지난해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행정부 때인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이민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미국 시스템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제3세계로부터의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3세계 국가가 어디인지, 이주의 영구 중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백만 명에 대해 이뤄진 승인도 종료하겠다면서 “미국의 자산이 아니거나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모두 내보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시민이 아닌 이들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고 사회적 평온을 해치는 이민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한편 안보상 위험 등을 초래하는 외국인은 추방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반(反)이민만이 이 상황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명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도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한 모든 망명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조지프 에들로 미 이민국(USCIS) 국장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며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에들로 국장은 자신이 언급한 우려 국가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USCIS는 19개국을 특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포고문을 통해 해당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한 나라들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 금지 대상국으로 이란·예멘·아프가니스탄·미얀마·차드·콩고공화국·적도기니·에리트레아·아이티·리비아·소말리아·수단 등 12개국을 지목했고 부분 제한국으로 부룬디·쿠바·라오스·시에라리온·토고·투르크메니스탄·베네수엘라 등 7개국을 꼽았다. 이들 국가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전날 주 방위군 병사 2명을 쏜 총격범의 출신국이다. USCIS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영상 메시지 직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북동부의 소말리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 총격 사건 이후 거론한 나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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