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이후 2년 넘는 논란 끝에 출범한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33명을 재판에 넘기며 150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설’ 실체를 밝히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둘러싼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했고 과잉 수사 논란에 휩싸인 것은 ‘오점(汚點)’으로 남았다.
이 특검은 28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브리핑을 열고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150일 동안의 수사 기간 동안 대통령실·국가안보실 등 주요 수사 대상에 대해 총 185회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휴대폰·PC 등에 대한 디지털 장비 포렌식도 432건 실시했다. 300여 명의 피의자·참고인 조사를 거쳐 이달 21일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12명을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겼다. 또 27일에도 전 해병대 사령관 김 모 씨를 추가 기소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전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피의자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당시 법무부 차관 등 6명이 기소됐다.
이 특검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부임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가 조직적으로 역할 분담해 대통령 지시를 이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법령에 명시된 절차와 요건은 모두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기소 대상자에는 공수처의 수사방해 및 직무유기 사건에서 전현직 간부 5명, 채 상병 순직 책임자 5명 등도 포함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과잉 수사라는 취지로 반발하는 등 두 수사기관 간 갈등도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과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돼 총 두 차례 기소가 이뤄졌다. 특히 2년여의 시간 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VIP 격노설의 실체가 상당 부분 규명됐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수사기록 이첩 보류와 같은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도 공소장에 적었다.
반면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멋쟁해병’ 인사들이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로비했다는 의혹은 풀지 못했다. 임 전 사단장과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멤버 2명이 국회에서 허위증언 한 부분만 기소 처분했을 뿐이었다. 특검팀은 구명로비 의혹을 받았던 김장환 목사 등에 대한 개신교계 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지만 수사 결과를 내리지 못하고 교단의 반발만 샀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보다 현저하게 낮은 구속영장 발부 건수로 체면도 구겼다. 특검팀은 피의자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영장만 발부되며 수모를 겪었다. 이 특검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재판부의 과도한 기각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특검팀은 경북경찰청이 직무유기·수사정보를 누설한 사건은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경북청이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하면서 임 전 사단장이 휴대폰 메시지를 삭제한 사실을 포착했음에도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 정보를 임 전 사단장과 해병대 관계자들에게 누설한 정황이 있는 만큼 추가 수사는 국수본에서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순직해병 특검은 29일부터 공소 유지 체제에 들어간다. 수사팀이 곧바로 공소 유지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일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특검은 “수사 기간은 끝났지만,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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