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길 덮으니 도시가 살아났다"… 해외는 이미 '상전벽해
국내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철도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으로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Rive Gauche)' 프로젝트다. 파리시는 1990년대부터 오스테를리츠역 인근의 노후화된 철도차량기지와 선로 상부를 인공 데크로 덮어 업무·주거·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복합지구로 탈바꿈시켰다. 이로 인해 센강변과 단절됐던 도심이 연결되고, 낙후됐던 지역은 파리의 새로운 지식·문화 허브로 거듭났다.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역시 철도차량기지 위에 인공 지반을 쌓아 올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꼽힌다. 일본 도쿄의 시부야 역시 복잡한 철도 선로를 지하화하거나 이전하고, 그 상부를 입체적으로 개발하여 'IT·문화 산업의 중심지'로 부활했다. 시부야역 주변의 재개발은 철도 회사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도시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 홍콩은 구룡역 등 주요 철도차량기지 상부를 주거 및 상업 단지로 입체 개발하여, 부족한 가용 용지 문제를 해결하고 철도 운영 수익까지 확보하는 'R+P(Rail plus Property)'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까지 국내 철도 부지 활용은 '경의선 숲길'처럼 선형 공간을 공원화해 단절된 지역을 잇는 '예고편'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본격화될 차량기지 개발은 광활한 면적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대규모 복합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지역은 단순한 주거지 개선을 넘어 지역 내 최고 부촌으로 위상이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서울의 심장 '용산'부터 부산의 판교 '범천'까지… 한국형 도시재생 시동
국내에서도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철도 부지를 활용한 '천지개벽' 수준의 도시 대개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 선두에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100층 내외 랜드마크와 공중 녹지가 어우러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이자 수직 정원 도시로 육성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전역의 지형도도 바뀐다. '강북의 코엑스'를 표방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은 2024년 착공식을 진행하며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의 도약을 알렸고, 강남권의 수서차량기지는 인공 데크를 활용한 입체 복합개발로 첨단 산업 거점을 예고했다. 노원구 창동차량기지 부지도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를 조성하는 첨단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서울에 용산이 있다면, 부산에는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이 있다. 부산의 원도심인 서면 인근에 위치한 범천동 정비창은 1904년 건설된 이래 100년 넘게 도심 확장을 가로막고 지역을 단절시키는 '도심 속의 섬'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시설을 이전하고, 부지를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기반 산업과 상업·문화·주거가 어우러진 도심권 혁신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그동안 철길로 인해 끊어졌던 서면의 상권이 범천동 일대까지 획기적으로 확장되는 것은 물론, 교통 흐름 개선과 주거 환경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 부산의 새로운 부촌이자 랜드마크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 "단절을 넘어 연결로"… 도시 경쟁력 높이는 '마지막 퍼즐'
이처럼 철도차량기지 개발은 도시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경제적·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로 작용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주거와 일자리, 여가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직주근접'형 개발을 통해 쇠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공간 활용 전략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는 "철도차량기지 개발은 도심 내 부족한 가용 용지를 확보하고, 단절됐던 지역을 연결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며 "서울 용산과 부산 범천동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대한민국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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