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에서 ‘깐부 회동’을 가진 것을 계기로 K치킨이 뜨고 있다. 한국의 양념치킨은 ‘K스와이시(swicy)’의 대명사로 통한다. 스와이시는 달콤함(sweet)과 매운(spicy) 맛을 합친 말로 글로벌 식음료 산업의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맵단(맵고 단)’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출시했고 고피자도 ‘K스와이시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제는 매운 맛에 달콤함까지 곁들여야 즐기며 먹으려는 MZ 세대 등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치권도 매콤달콤 트렌드를 배워야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성과 감성의 조합에 따라 요동치는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면 정당과 후보도 ‘스와이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 정당의 잘못을 매섭게 꼬집는 것을 넘어 국민들에게 경제적 이익 등 다채로운 메뉴를 내놓을 수 있는 ‘맵단 정당’이 돼야 지지층을 넓힐 수 있다.
34세의 조란 맘다니가 최근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비결도 ‘생활 정치’ 공약과 기성 정치권 비판을 배합한 스와이시 선거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제시해 새 바람을 일으켰다. 뉴욕시가 관리 권한을 가진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 무상버스 도입, 무상보육 확대 등 그가 내건 공약들은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맘다니의 캠페인은 정치경제학자인 앤서니 다운스의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다운스는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유권자는 각 정당이 집권했을 때 그가 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 효용소득을 비교해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한다는 모델을 정립했다.
특히 야당은 ‘스와이시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유권자의 요구가 섬세해지는 요즘에는 야당이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면 생존하기 어렵다. 야당은 대여(對與) 투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 아직도 계엄·탄핵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은 당의 체질을 바꾸고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갤럽이 이달 18~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지지율(24%)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대여 투쟁을 하자”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하자” 등의 엇갈린 주장을 쏟아내며 노선 싸움에 매달리고 있으니 외연 확장이 될 리 없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견제와 균형의 민주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제고하려면 우선 헌법가치 훼손 논란을 낳고 있는 정부·여당의 독주 정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을 흔들 수 있는 여권의 대법관 대폭 증원 및 대법원장 인사권 무력화 강행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에 대해서는 야당으로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 대통령은 탄핵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폭넓은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 이해하기 쉬운 정교한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해가야 한다.
둘째, 돈 풀기와 친노조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해 ‘사탕발림식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친시장 정책을 개발해 내놓아야 한다.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 집값 급등, 청년 실업, 고물가 문제의 해법을 현장에서 찾고 지속적 성장과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생활 정책 정당’으로 새로 태어나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안싸움 종식과 야권 통합 추진,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진정한 사과 등도 서둘러야 한다. ‘덧셈 정치’를 해야 기존 지지층을 지키고 중도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좌우 두 날개 역할을 하는 여야가 다양한 미각을 갖춘 리더십으로 무장해 민심 잡기 경쟁을 해야 할 때다. K푸드가 몰고 온 스와이시 바람이 K정치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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