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은 구조 전환과 대외 환경 변화를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시장에서 관세율 0%를 적용받던 자동차는 25%를 거쳐 15%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관세 15%가 ‘뉴노멀’로 자리 잡아 일본, 유럽연합(EU)과 동등한 경쟁 조건이 마련됐지만 현지화 전략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요구하는 전환 속도는 시장의 수용성과 산업 현실을 크게 앞서고 있다. 무공해차 최대 980만 대 보급 목표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시사하는데 국내 생산 기반 없이는 중국산 전기차와 부품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 밀어닥친 구조적 위협과 전환의 압박 속에서 특히 산업의 뿌리인 부품 기업들의 위기는 심각하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의 95.6%가 중소·중견기업이어서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미 원자재값 상승과 내연차 부품 수요 감소로 적자 기업이 증가하고 경영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미래차 전환은 필수지만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전환 작업을 개별 중소·중견기업 역량만으로는 추진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전동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정책적 안전장치가 절실하다. 주요 경쟁국들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2024년 전기차·반도체 등 국가 전략 분야에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생산·판매량 기준으로 법인세를 최대 40%까지 공제하는 강력한 체계를 마련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내 배터리 생산 및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 역시 ‘미래 제조 계획’을 통해 국내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는데 공급망 안정화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각국 정부가 생산 기반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국내 생산 구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국내 생산 촉진 정책의 필요성이 더 크다. 일본은 연간 자동차 생산 823만 대 중 내수 판매가 438만 대로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생산 413만 대 중 내수 비중이 136만 대로 약 33%에 불과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 변동성과 관세 변화에 훨씬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공장의 경쟁력과 부품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국내 생산 체계를 튼튼하게 할 유인 정책이 절실하다.
국내생산촉진세제의 도입은 자동차 부품 산업의 미래차 전환이 어려운 환경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생산 단계에서 세액공제를 제공함으로써 △산업 공동화 억제 △공급망 안정성 강화 △중소·중견 부품 업체의 미래차 사업 전환 지원 등 다양한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 기반 강화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 투자로 여겨야 한다. 이는 단기적 조세 지원이 아니라 전동화와 관세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 산업 기반을 지탱하고 부품 업계의 연착륙을 돕는 구조적 정책 도구이다.
국회에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겨냥한 법률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지금 같은 대외 환경과 탄소 감축 목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를 고려하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조속히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시행해 전환기를 맞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필수 옵션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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