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 공기업 사장 자리를 둘러싼 ‘큰 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대형 에너지 공기업들이 잇달아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서면서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의 낙점을 받은 신임 사장들이 공약이나 무리한 민원을 해결하는 신규 사업을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이미 주요 사장 자리의 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넘겨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13일부터 21일까지 신임 사장 공모를 실시한 결과 약 15명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계·학계·관료계, 가스공사 출신 등의 인사들이 두루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혜 현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 8일 만료돼 신임 사장 인선에 나선 가스공사는 서류 심사 및 면접 등을 거쳐 후보자를 3배수로 조만간 압축할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 중 규모가 큰 가스공사 사장 선임 결과가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장 선임에 방향타를 제시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사장 공모를 마감한 한국에너지공단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3배수가량을 추려서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명단을 제출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면 기후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신임 이사장이 확정된다. 이번 에너지공단 이사장 공모에는 약 20명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최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차기 사장 선정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차기 한수원 사장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한국전력과의 공사비 갈등, 원전 수출 등 각종 경영 난제들을 풀어 나가야 한다. 당장 올해 7월 이후 사실상 중단돼 있는 신규 원전 건설 부지 선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석유공사도 본격적인 신임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돌입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이 24일 물러나면서다. 당초 석유공사는 올해 7월 김 전 사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임추위를 꾸렸으나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로 후임 인선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는데 이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달 말 정용기 사장의 임기 만료로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김동철 사장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 10개월가량 남았지만 벌써 차기 사장직에 도전하는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한 곳인 만큼 벌써부터 뛰고 있는 인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현 정부가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공식 거론하지는 않고 있지만 2년 차에 접어들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거취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 인선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큰 것은 인공지능(AI) 시대 전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탄소 중립’ ‘에너지 믹스’를 내세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부의 확장재정 숙제를 짊어지거나 정치권의 민원 해결사로 동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 기업 재무와 미래를 망치는 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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