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가 전기를 쓸 때 부과되는 부담금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면제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가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을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해 전기요금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지만 당장 생존 위기에 처한 기업 입장에서는 즉각 효과를 내는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과잉설비 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를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정부에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전력 산업 발전을 위해 전기 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다. 전기요금에 포함돼 징수되기 때문에 요율 인하·감면 시 전기요금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24년 부담금 전면 개편과 함께 요율은 기존 3.7%에서 지난해 7월 2.7%로 1%포인트 낮아졌으나 연간 3조 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담금 요율이 최근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계가 한시적 감면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산업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0% 이상 오르면서 공장 가동을 멈춰도 비용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2년 2억 6700만 ㎿h(메가와트시)였던 제조 업체의 전력 사용량(한전 판매량)은 3년 연속 줄어 지난해 1~11월 기준 2억 3000만 ㎿h로 집계됐다. 반면 사용액은 같은 기간 31조 3700억 원에서 지난해 1~11월 기준 41조 3600억 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소재한 여수·울산·서산 등을 분산특구로 지정했지만 이 역시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분산특구로 지정되면 특구 내 기업은 한전이 아닌 전기 생산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쉽게 체결하고 한전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데 정작 직접 PPA 대상은 크게 제한됐기 때문이다. 울산·서산의 경우 300㎿(메가와트)급 지역 열병합발전소와만 직접 PPA를 체결할 수 있다. 여수 산단이 포함된 전남도의 경우 직접 PPA 대상이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재생에너지로만 한정돼 여수 석유화학 기업은 사실상 값싼 전기를 공급받기 어려워졌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분산특구와 전기요금 인하 간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며 “기업들은 부담금 요율을 항구적으로 면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만이라도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화학 업계는 과잉·노후 설비를 매각할 경우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일정 부분 감면해달라는 요청도 정부에 전달했다. 앞서 정부는 2024년 12월 말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기존 ‘4년 거치 3년 분할 익금산입’에서 ‘5년 거치 5년 분할 익금산입’으로 연장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과세 이연이 아닌 감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설비 축소에 대한 기업 및 주주의 의사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요구를 종합 검토해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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