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고공 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안정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에 대해 최대 ±5% 범위에서 재량 운용할 수 있는 ‘전술적 환 헤지’를 적극 사용하고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한은·국민연금은 24일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해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협의체에서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의체 가동을 통해 국민연금이 환율시장의 소방수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미리 정해놓은 기준치보다 높아지면 달러 표시 해외자산을 매각해 달러 유입 효과를 내는 환 헤지는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민연금의 수익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자 협의체는 향후 환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기준환율과 환 헤지 범위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해 최적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국민연금 등판 외에는 환율을 잡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쳐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도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미션에 환율 안정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자칫 국민 노후 안정이라는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두개입 약발 안먹혀…최대 29.5조원 규모 달러 풀수도
■ 환율안정에 국민연금 투입 검토
해외자산의 5% 범위내 탄력운용
650억弗 스와프 연장 가능성도
■ 환율안정에 국민연금 투입 검토
해외자산의 5% 범위내 탄력운용
650억弗 스와프 연장 가능성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이 24일 국민연금과 환율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구두개입마저 통하지 않는 환시장에 국민연금이라는 소방수를 공식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환 당국은 그동안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국민연금 등판론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기조를 유지해왔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환율 안정 수단에 동원한다는 비판 여론과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하자 비상 수단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최근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477.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치며 4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이후 달러 대비 원화 절하 폭은 약 3%로 대만 달러(-2.11%)와 일본 엔화(-1.8%)보다 약세 폭이 컸다.
이날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향후 검토할 수 있는 카드로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 확대가 가장 먼저 꼽힌다. 전술적 환헤지는 전체 해외투자 자산 대비 ±5% 범위에서 기금운용본부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국민연금의 월 평균 전술적 환헤지 비율은 2~3%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술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 때 자동 발동하는 전략적 환헤지와 달리 시장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을 1480원대로 보고 있는데 전술적 환헤지를 적극 가동할 경우 1480원 아래 구간에서도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은 약 581조 원으로 전술적 환헤지를 최대한 가동할 경우 약 29조 5000억 원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1400원 중후반대의 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을 감안해 현재 10%인 전략적 환헤지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고려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아울러 이달 말 종료되는 65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스와프도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직접 달러를 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환율 급등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빌려주는 스와프계약을 맺고 매년 갱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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