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도하는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 ‘AI5’의 테이프아웃이 임박하면서 생산 기지로 지목된 삼성전자(005930) 국내 파운드리 라인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머스크가 ‘한국의 삼성전자’를 언급하면서다.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역량이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인정받은 징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자율주행 반도체 AI5의 설계를 마무리하고 파운드리 업체에 도면을 넘기는 테이프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머스크 CEO가 직접 이 같은 사실을 공식화했다. 테슬라가 최근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인근에서 근무할 반도체 수율 및 공정 최적화 엔지니어 채용에 나선 점도 관측을 뒷받침한다. 테이프아웃은 팹리스가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업체에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단계를 뜻한다.
화성 S3라인 ‘마더 팹’ 낙점 유력해
설계·공정 엔지니어 현장 밀착 협업
설계·공정 엔지니어 현장 밀착 협업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엔지니어를 화성 지역에 상주시키려는 움직임을 두고 삼성전자의 ‘화성 S3 라인’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한다. 3나노 양산 경험이 3년 이상 축적된 화성 S3 라인이 속도와 가격 모든 측면에서 테슬라를 만족시켰다는 전언이다. 화성 라인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공정을 양산한 ‘마더 팹’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용 반도체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화성 라인에서 양산 손익분기점인 수율 60%를 넘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테슬라 측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생산될 AI5 칩은 기존 7나노 기반이었던 전작 ‘HW 4.0’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3나노 2세대(SF3)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보다 전력 소비를 45% 절감하고 성능을 23% 높일 수 있다. 이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직결되는 전력 효율성 문제와 고성능 AI 연산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열쇠다.
HW 4.0 대비 성능 10배 퀀텀 점프
로보택시·옵티머스 두뇌로 확장
로보택시·옵티머스 두뇌로 확장
테슬라는 그동안 칩 명칭을 HW 3.0, HW 4.0 등으로 명명해왔으나 이번 5세대부터는 인공지능 기능을 강조해 AI5로 이름을 바꿨다. 단순 자율주행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도다. 머스크 CEO는 AI5가 전작인 HW 4.0 대비 10배의 성능을 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HW 4.0의 연산 능력이 300~500TOPS(초당 1조 번 연산) 수준임을 감안하면 AI5는 3000~4000TOPS에 달해 엔비디아 주력 GPU에 버금가는 성능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양산 일정은 유동적이나 업계는 올 연말 테이프아웃을 가정할 때 내년 1분기 시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웨이퍼 가공과 패키징 공정을 거쳐 2026년 2분기께 양산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차량 탑재는 2026년 하반기로 점쳐진다.
연간 400만 개 물량 확보 기대
3나노 공정 실적 개선 ‘청신호’
3나노 공정 실적 개선 ‘청신호’
이번 협력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테슬라는 연간 180만~2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안전을 위해 차량 1대에 칩 2개를 탑재하는 이중화 설계를 적용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400만 개 이상의 3나노 칩 일감이 확보되는 셈이다. 3나노 웨이퍼 장당 가격이 2만 달러(약 2800만 원)를 호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조 원 대 매출 기여가 예상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 건을 계기로 구글과 메타 등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인 빅테크들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TSMC의 가격 인상 정책 속에서 삼성전자의 3나노 기술력과 화성 라인의 생산 안정성이 입증된다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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