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3강(G3)을 노리는 한국은 1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남에 따라 미국·중국과 기타 국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AI 벤치마크 전문 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가 평가한 전 세계 AI 모델 순위(인텔리전스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전체 20위 이내 중 19개를 독식했다. 미국 모델이 12개였으며 중국이 7개를 차지했다. 프랑스 미스트랄AI의 매지스트랄 1.2가 17위로 미국·중국 외 유일하게 20위 이내에 진입했다.
구글이 18일 공개한 제미나이 3.0은 오픈AI의 GPT 5.1(2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xAI의 그록 4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소네트 4.5는 각각 5위, 7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딥시크·알리바바(큐원)는 물론 문샷AI(키미), Z AI, 미니맥스와 같은 신생 업체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4위에 오른 키미 K2 싱킹은 제미나이나 GPT와 달리 오픈소스 모델로 대표적인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델 훈련비가 딥시크보다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20위 이내에 진입한 모델은 전무했다. LG 엑사원 4.0이 23위로 국내 기술 가운데 가장 앞섰다. 올해 7월만 해도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나 엑사원이 10위권에 오르며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중국이 신규 AI 모델을 잇따라 쏟아내자 한국의 순위가 밀리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투자는 버블 논란 속에서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 미중 양강 구도는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의 올해 자본 지출 규모는 3800억 달러(약 560조 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AI 수요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관련 투자 규모를 상향한 것이다. 특히 구글은 6개월마다 컴퓨팅 용량을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전망을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3년간 AI 인프라 투자에 3800억 위안(약 79조 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AI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력망, AI데이터센터 설립 규제 등 AI 투자 확대를 위한 제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규모언어모델(LLM)보다는 한국이 강점을 갖는 특화 AI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제미나이가 이번에 우수한 품질을 입증했다고 하나 빅테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성능 순위는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글로벌 AI 개발 경쟁에서 한국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확보하기로 한 GPU 26만 장이 실제 설치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규모의 경쟁으로는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한국이 잘하는 제조업에 특화된 AI 기술에 집중하는 게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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