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수출액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 화장품 ‘C뷰티’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맹추격을 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전자, 선박 등 국내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조만간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소비재인 K뷰티의 아성까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중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약 54억 268만 달러로, 전년 동기(49억 5056만 달러) 대비 9.13% 증가했다. C뷰티의 수출 국가도 2022년 200개국에서 올 들어 215개국으로 늘어났다.
반면 국내 화장품의 대중 수출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올 10월까지 한국의 대중 화장품 수출액은 17억 2520만 달러로, 전년 동기(21억 2211만 달러) 대비 18.7%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대중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10.3%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율이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K뷰티 수출국 1위였던 중국은 올해 미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자국 화장품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중국향료화장품협회 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뷰티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55.2%로 2022년(47.4%), 2023년(52.2%)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거래액 1억 위안을 돌파한 중국 뷰티 브랜드도 사상 최다인 819개로 집계됐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C뷰티가 패키징이나 마케팅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가운데 틱톡이나 도우인과 같은 숏폼 플랫폼이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큰 수혜를 보고 있다”며 “C뷰티가 내수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빠르게 확장 중인 만큼 K뷰티가 지금껏 품질과 성분만으로 우위를 차지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뷰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이차전지, 가전 등을 제치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등극했지만, 축포를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화장품(C뷰티)가 맹추격에 나서면서 소비재 분야까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스킨케어에 치우쳐 있어 메이크업 제품에서는 C뷰티에 밀리고 있다며 K뷰티의 주력 수출분야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한국의 입술화장용 제품류 수출액은 4억 6668만 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의 수출액(6억 4593만 달러)을 밑돌았다. 눈화장용 제품류의 수출액 역시 한국은 1억 4836만 달러로, 중국의 4억 3937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측정하는 구글 검색 트렌드에서도 C뷰티의 인기는 두드러진다. 올 7월만 해도 44에 불과했던 C뷰티 검색량 지표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9월 사상 최고 수준인 100을 찍었다. 9월에는 90을 기록한 K뷰티 검색량도 앞질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식 메이크업인 ‘도우인 메이크업(douyin makeup)’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우인 메이크업은 매트하고 뽀송한 피부에 화려한 눈매를 강조하는 화장 스타일로 중국 숏폼 플랫폼인 도우인과 틱톡 등에서 화제가 되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 ‘컨투어 크림’ 카테고리에서 중국 화장품 브랜드 ‘오커커’와 ‘쉬글램’이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큐텐재팬 ‘립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는 중국 ‘무키스’가 10위를 차지했다. 큐텐재팬 ‘아이라이너’ 카테고리의 경우 톱 10 제품 중 8개가 ‘시시’ ‘얀치나’ ‘뮤지 린’ 등 중국 브랜드 제품이다. C뷰티 기업의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대표 화장품 기업 ‘프로야’의 지난해 매출액은 107억 7800만 위안(약 2조 23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
C뷰티가 K뷰티의 주력 수출국인 동남아시아, 일본에서 보폭을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에서 C뷰티 색조·기초·페이셜케어 브랜드의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70~111%를 기록했다. 한국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화장품 수출액 상위 20위 국가에 이들 6개 국가가 모두 포함된 만큼,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도 C뷰티를 주목하고 있다. 로레알의 경우 지난달 중국 화장품 기업 ‘찬도’의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파트너로 참여하며 찬도의 지분 6.67%를 6200만 달러(약 915억 원)에 인수했다. 로레알은 이달 들어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 ‘란’의 소수 지분도 사들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C뷰티의 인기는 일시적 유행일 뿐 K뷰티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K뷰티가 차별화된 성분과 뛰어난 제품력을 앞세워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에서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C뷰티 소비자들은 메이크업 제품을 중심으로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슈아 라우 예스아시아홀딩스 대표는 “C뷰티가 K뷰티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것은 맞지만, 퀄리티 면에서 K뷰티가 최소 5년은 앞서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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