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아프리카에서 열린 첫 G20이다. 또 미국과 중국·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 첫 회의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과 중견국, 신흥 경제국을 망라한 협의체로 존재감을 키워왔던 G20이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 또한 나왔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열린 이번 G20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다자 무역, 선순환 재정, 개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노력할 필요성을 환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후와 재난 등 복합 위기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전환 시대의 소외 국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앞장설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자신감을 바탕으로 실용외교의 축을 글로벌 사우스(브릭스)까지 포함시켜 협력 수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G20 정상회의 1세션 회의에서 “전 세계가 저성장·불균형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넘어설 해법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 배분하고 부채비율은 줄이는 ‘성과 중심의 재정정책’,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회복, 개발도상국 성장을 위한 개발 협력 강화 등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WTO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자유’ ‘다자’ 무역의 상징인 WTO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WTO 기능 회복에 무게를 두면서 “대한민국이 선도해온 ‘투자 원활화 협정’이 내년 WTO 각료 회의에서 공식 협정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투자 원활화 협정은 각국의 투자 절차 간소화를 통한 개도국 투자 활성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회의 기간 동안 일관되게 ‘소외 없는 국가’를 주창했다. 회의 이틀째인 23일에도 이 대통령은 제3섹션에 참석해 인공지능 전환(AX)에 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의장국으로 합의를 끌어낸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재차 주창했다. 전날 1세션에서는 “개도국의 과도한 부채 부담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외 없는 포용 성장을 강조했다.
제2섹션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 지었다고 언급한 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복원력이 높은 인프라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한국의 에너지 고속도로를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된 기후위기를 두고 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G20 정상선언문에는 기후위기 관련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불참한 것은 G20의 필요성을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국제 경제와 기후변화 등 다양한 현안들은 (미국과)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G20 회의는 글로벌 사우스로 국익 중심 실용외교 정책이 확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실용외교는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정상 회동을 이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믹타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로 이번 회의를 계기로 다자주의 회복 및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공동 언론 발표문이 채택됐다. 이 밖에 프랑스와 독일 양자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다자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올 6월 주요 7개국(G7)에서 만난 주요국 정상들과도 잇따라 회동을 이어가며 국제 협력에 힘을 모았다.
각국 정상들은 G20 정상선언문을 통해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를 한국으로 공식화했다.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2010년 이후 18년 만이다. 오 차장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PEC에 이어 G20 의장직까지 수임하게 된다”며 “G20 출범 20주년인 2028년 의장국 수임으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oist1894@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