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의회 의원이 정부 청사에서 넘어지면서 수십억원대 예술품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12일 로마 기업부 청사에서 일어났다. 사르데냐주 의원 에마누엘레 카니는 회의를 마치고 1층 연회장으로 이동하던 중 계단을 내려오다 카펫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중심을 잃은 그는 비틀거리다 10m 아래 창틀로 추락했다. 카니 의원은 "순간적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며 "손과 다리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고 왼쪽 어깨와 팔에도 통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락 지점에 설치된 예술품이었다. 창문을 장식하고 있던 것은 이탈리아 모더니즘 대표 작가 마리오 시로니(1885~1961)가 1932년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노동 헌장(La carta del lavoro)'이었다. 카니 의원과 부딪히면서 작품 일부가 산산조각 났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시로니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높고 작품 가격이 수백만 유로, 우리 돈 수십억원에 달하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시로니 유족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카니 의원은 작품 파손에 대해 공개 사과했고 유족에게도 개인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난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기업부 장관과 동료 의원들은 "의도적인 사고가 아니라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며 "카니 의원이 창틀 밖으로 떨어졌다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냈다. 알레산드라 토데 사르데냐 주지사는 "공적 담론이 얼마나 퇴보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며 비난과 조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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