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조선업 협력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단계를 넘어 대규모 상선 건조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정부의 핵심 산업·통상 실무를 총괄하는 상무부 고위대표단이 최근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직접 찾아 대형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집중 점검하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알렉스 크루츠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부차관보를 비롯해 주부산미영사관, 상무위원 대표단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항공우주·방산 공급망 자문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크루츠 부차관보는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등 경영진과 함께 도크·생산설비·함정 건조라인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기술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미 정부가 추진 중인 함정 MRO 사업뿐 아니라 상선 건조 분야 협력 가능성까지 직접 타진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크루츠 부차관보 일행이 HJ중공업의 함정·특수선 건조능력은 물론 상선 제조 라인과 MRO 준비 수준에도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크루츠 부차관보의 SNS 언급은 이러한 기류에 힘을 실었다. 그는 “3일간 HJ중공업을 포함한 한국의 놀라운 조선소들을 방문했다”며 “파트너·동맹국들과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미 협력이 단순 정비 위탁을 넘어 미국 상선 건조 수요로까지 확대되는 신호”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 상무부 고위 인사의 국내 조선소 방문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미 공동설명서에는 핵잠수함 건조 승인, 양국 조선 실무협의체 운영, MRO 협업, 조선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해양 공급망 강화 등 구체적인 협업 패키지가 포함됐다. 사실상 한미 간 ‘조선동맹’ 구축의 설계도가 제시된 것이다.
HJ중공업의 영도조선소는 최근 미 해군 및 정부 인사들의 잦은 방문으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4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이곳을 찾았고 9월에는 미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 전 현장실사를 수행했다. 이는 업계가 ‘마스가 프로젝트’로 부르는 미국발 대규모 조선·정비 사업 확대와 맞물린 흐름이다.
HJ중공업은 지난 7월 지역 조선 전문기업 10개사와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꾸려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향후 대규모 MRO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경남 조선업 생태계의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방문하며 건조 능력과 기술력을 직접 확인했다”며 “친환경 상선 기술, 독보적인 함정 건조 경험, MRO 역량을 기반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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