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011070)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카메라 사업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추진해 온 사업 다각화 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전장과 기판 사업 이익이 2~3배가량 뛰면서 LG이노텍이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할 모멘텀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미래 사업으로 추진해온 전장 부품과 반도체 기판 사업이 3분기 들어 실적이 대폭 개선되자 기술 개발 및 영업에 한층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말 취임 이후 내세운 전장·기판 사업 확대가 2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올 3분기 LG이노텍의 기판·전장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2.5배 넘게 뛰었다. 기판 소재 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118억 원)보다 144% 늘어난 288억 원을 기록했고, 전장 사업부는 191% 급증한 131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기판소재사업부가 65% 늘어난 802억 원, 전장부품사업부는 42% 상승한 58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신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인되면서 LG이노텍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5조 7393억 원으로 약 석 달 전보다 2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LG이노텍이 신사업 확대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15년 차에 접어든 카메라 모듈 사업이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아이폰 성적표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더욱이 애플이 카메라 모듈 공급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수익성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회사는 그간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고객사들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신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문 CEO는 올 9월 직원들에게 “글로벌 톱티어 고객들과 협력하며 체득해온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또 다른 1등 사업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9월 출시된 아이폰17에 탑재돼 3분기 기판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통신용 반도체 부품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은 업계 최고의 고주파 시스템인패키지(RF-SiP) 기술력을 보유한 데다 스마트폰 슬림화 트렌드를 포착해 코퍼포스트(구리 기둥)를 적용한 신제품을 개발, 이익률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인공지능(AI)용 기판으로 불리는 고성능 기판(FC-BGA) 사업도 지난해 말 빅테크 두 곳과 양산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글로벌 고객사와 실증을 진행 중이다.
전장 사업은 센싱·통신·조명 모듈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해 제품 종류를 다변화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 초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차량용 AP 모듈을 최전선에 배치하며 기업간거래(B2B) 고객들에게 기술력을 알렸으며 자율주행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라이다 사업에서도 올 6월 미국 기업인 아에바와 기술 동맹을 체결했다. LG이노텍은 아에바 지분 6%를 인수, 약 685억 원을 투입해 매입할 계획이며 양 사는 로봇·로보택시 등에서 널리 활용될 차세대 라이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판과 휴머노이드 등의 영역은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LG이노텍 신사업들의 수익성은 향후 한층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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