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의 독서량이 지난 14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 중심의 여가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포함한 전체 독서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청년 독서량 14년 만에 ‘반토막’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13일 발표한 ‘2025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책을 읽은 사람의 비중은 48.7%로 2년 전보다 소폭 늘었다. 그러나 독서 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3권으로 0.5권 줄어, 책을 읽는 사람은 비슷하지만 실제 읽는 양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독서량 감소는 청년층에서 두드러졌다. 13~19세 청소년의 평균 독서 권수는 11.7권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22.2권)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대는 같은 기간 18.8권에서 9.4권으로, 30대는 16.6권에서 8.1권으로 떨어졌다. 반면 40대 이상은 큰 변동 없이 전체 독서량 자체가 적은 수준을 유지했다. 40대는 10.4권, 50대는 6.2권, 60대는 4권 내외로 집계됐다.
독서 경험률 역시 연령별 차이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책을 읽은 13세 이상 인구는 48.7%였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10대가 69.8%로 가장 높았고, 50대 이상에서는 절반 이하만 “책을 읽었다”고 응답했다. 독서 분야는 교양서적(74.3%)이 가장 많았으며, 직업서적(36.5%), 생활·취미·정보서적(22.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직업서적은 남성(44.1%)이 여성(29.8%)보다 독서 비중이 높았다.
독서량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는 스마트폰·영상 플랫폼 이용 증가가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미디어 기반 여가시간은 2019년 2시간 9분에서 2024년 2시간 28분으로 증가했다. 특히 동영상 시청 시간은 13분에서 36분으로 3배 가까이 늘었으나, 책 읽기 시간은 하루 7분으로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실상 독서 시간이 영상 소비 시간에 잠식된 셈이다.
어린이·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도 크게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10세 미만 어린이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시간 15분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고, 10대는 하루 2시간 41분을 스마트폰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숏폼 플랫폼 중심의 소비 패턴이 고착화되며 독서 시간이 구조적으로 축소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영상 플랫폼에 잠식… “긴 호흡의 읽기는 사라지는 중”
전문가들은 독서량 감소의 배경에 ‘집중력 소비 방식’의 거대한 변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WP) 는 최근 기사에서 “독서는 정보의 속도가 느리고, 즉각적 보상이 약한 활동이기 때문에 빠르게 자극을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경쟁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SNS·숏폼·게임 등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자극을 제공해 뇌의 보상 시스템을 빠르게 활성화시키는 반면, 독서는 긴 시간 동안 집중을 유지해야만 성취감이 생기기 때문에 젊은 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활동’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플로리다대·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이 2003~2023년 시간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레저 독서를 하는 인구 비율은 20년간 28% → 16%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 이후 일상의 ‘마이크로 엔터테인먼트화’가 가속되며 긴 호흡의 읽기 활동이 지속적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여가는 한 활동에 30분 이상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짧게 전환하며 소비하는 방향으로 재편됐고, 이는 독서의 ‘집중 지속성’이라는 조건과 충돌해 독서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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