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강력 부동산 규제인 10·15 대책이 시행되고 한 달이 흘렀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집값 안정은커녕 전월세 불안까지 키우며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초광역 규제는 강남 쏠림을 부추겼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강남 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총 351건 중 약 70%의 매매가격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풍선 효과도 확대됐다. 경기도 비규제 지역인 구리·화성·용인에 ‘갭 투자’가 몰리면서 구리의 경우 11월 첫째 주 기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52%로 전주(0.18%) 대비 0.34포인트나 급등했다. 세입자들의 고통은 말도 못한다. 대출 한도를 집값의 40%로 제한한 조치로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전세값이 들썩였고 기존 전세를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했다.
10·15 규제 후유증으로 민심은 싸늘하다. 지난달 25~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0·15 대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54.6%에 달했다. 그에 앞선 21~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10·15 대책에 대한 물음에 ‘적절하다’는 응답이 37%,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호남만 10·15 대책이 적절하다(49%)는 응답이 적절하지 않다(29%)를 앞섰을 뿐 서울에서는 49%대36%, 대구·경북에서는 55%대25%, 부산·울산·경남에는 48%대35%로 ‘부적절’이 ‘적절’을 압도했다.
싸늘해진 부동산 민심이 내년 ‘6·3 지방선거’에 그대로 투영된다면 야당은 압승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부동산 민심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달 7일 경기도 용인 수지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아 “집을 팔고 싶은 국민도, 집을 사고 싶은 국민도 모두 규제 속에 갇혀 버렸다”며 10·15 대책이 남긴 상처를 후벼팠다.
사실 민주당에 부동산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꼭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을 되레 급등시켜 정권을 뺏겼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앞으로 (부동산) 투기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우리 정부는 (집값 잡기에)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자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한국의) 수도권 집값이 소득 대비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데 만일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될 것”이라며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비난이 여전히 높다. 남 탓이나 하며 규제를 남발한다면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국민의힘이 변수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야당다운 모습만 보이면 국민의힘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가. 여당이 10·15 규제 후폭풍에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방탄,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 등으로 흔들릴 때 기회 포착은커녕 외려 더 큰 실책으로 여당의 위기 탈출을 도왔다. 특히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는 ‘무사 만루 상황에서 삼중살을 쳤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전남 광주의 민심을 돌려놓을 어떤 조치도 없이 매달 이곳을 찾겠다는 장 대표의 공언은 지역 갈등을 유발하려 한다는 눈총을 받았다. 그러니 여당의 김현지·최민희·부동산 3중 실책으로 민심이 들끓어도 야당 스스로 발목을 잡아 ‘박스권 여론 지지율’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당장 검찰의 이례적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법무부의 개입 논란으로 여권이 수세에 몰렸다. 이럴 때 국민의힘이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이외에도 많은 변곡점들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여당보다 민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된다. 그러면 여당도 더 분발해 민심을 살필 것이고 우리 정치도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다. 부디 그 꽃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덜 나쁜 정치꾼’이 아닌 ‘최고의 일꾼’을 뽑는 투표로 만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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