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내란 협조 공직자 조사 방침이 발표되고 하루 만에 공직자의 ‘감사 공포’를 없애주겠다는 정부 시책이 발표됐다. 공직자를 상대로 ‘채찍’과 ‘당근’ 메시지를 뒤섞어 내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2일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 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강 실장의 발표는 공직자들의 업무 의욕을 북돋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공직자의 12·3 비상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이튿날 나왔다는 점에서 발언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김 총리의 제안에 힘을 보태 숙청 공포가 관가를 엄습하면서 공직 사회에 벌써부터 투서와 상호 감시의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감사 면책을 약속하며 ‘적극 행정’을 독려해본들 어느 공무원이 믿고 나서겠는가. 설령 정책 감사가 폐지돼도 ‘정책 결정 및 목적의 당부(當否)’에 대한 감찰만 면제되는 것이지 ‘정책 결정 과정의 적법성·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직무 감찰까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적극 행정 정책 감사 면제를 약속했다고 해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정책에는 기획 감사, 표적 수사 등 정치적 보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술 더 떠서 ‘대장동 사건의 검찰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을 겨냥해 “항명이자 명백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인사 조치 및 징계를 주장했다. 검사장의 평검사 발령을 어렵도록 한 대통령령 조항의 폐지 검토도 주문했다. 민주당은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해임·파면할 수 있도록 한 검사징계법 개정안의 처리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러다가 공직자의 ‘감사 공포’가 줄어들기는커녕 ‘복지부동’만 더 굳어질 판이다. 정부가 공공 이익에 헌신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정말 바란다면 공무원 겁박을 자제하고 저마다 소신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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