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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탕감의 역설…"좀비기업 퇴출시켰다면 GDP 0.5% 더 높아져"

퇴출되지 못한 기업이 성장 둔화 초래

“수익성 악화가 투자 부진의 주된 원인”

팬데믹 이후 부실기업 퇴출율 0.4%로 급감

유동성 지원이 ‘좀비기업’ 생명 연장한 듯

이미지투데이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가 부실기업의 미흡한 퇴출에서 비롯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제때 정리되지 못한 한계기업이 경제 전반의 투자 여력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이슈노트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시장에 잔존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외부감사 대상 2200여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0.1%(약 23개사)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투자 흐름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투자가 정체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경제 위기가 오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를 다른 신생 창업기업들이 채우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반면 한국은 퇴출 고위험기업이더라도 실제 퇴출되는 비중이 높지 않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종웅 한은 조사국 차장과 부유신 과장은 “주변까지 악화시키는 한계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신규 기업 진입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실제 퇴출된 기업의 재무적 특성과 수익성을 분석해 개별 기업의 퇴출 확률을 추정하고 회사채 투기등급 부도 확률을 반영해 ‘퇴출 고위험기업’을 분류했다. 분석 결과 2014~2019년 전체 기업의 3.8%가 퇴출 고위험군에 속했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퇴출돼야 할 기업의 절반 정도만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 퇴출 고위험기업 비중은 3.8%로 비슷했지만 실제 퇴출 비중은 0.4%로 급감했다.

이때 퇴출 고위험기업은 실제 퇴출된 기업보다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더 나빴지만 유동성은 오히려 더 양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 차장은 “회귀분석 결과 기업의 투자율 변화는 유동성이나 담보 제약보다는 수익성 저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나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유동성이 인위적으로 보완됐을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좀비기업’의 잔존은 경제 전반의 투자와 성장에 뚜렷한 제약을 가져왔다. 한은은 “퇴출 고위험기업이 제때 정리되고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투자 규모는 실제보다 3.3% 더 늘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약 0.5%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도 투자 2.8% 증가, GDP 0.4% 상승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명목 GDP(2429조 7000억 원)를 기준으로 약 9조 7000억 원 규모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적 성장 둔화를 극복하려면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혁신기업이 원활히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경제의 역동성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필립 아기옹과 피터 하윗의 연구처럼 수상한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기존 기업을 대체하는 과정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며 “개별 기업 보호보다 산업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책적 해법으로는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혁신 초기기업에 대한 선별적·보조적 금융지원 △주력 산업의 기술 경쟁력 유지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산업 투자 촉진 등을 제시했다.

한은은 “금융지원만으로는 경기 하강기에 나타나는 이력현상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더해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 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근로자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빚탕감의 역설…"좀비기업 퇴출시켰다면 GDP 0.5% 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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