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서 열린 엘리트 마라톤대회 도중 1t(톤) 트럭으로 선수를 치어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80대 운전자가 경찰 조사에서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A씨(80)는 이날 경찰에 출석해 “신호등을 보느라 전방의 선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른 차량을 먼저 보내주기 위해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바꾸려 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사고 지점 인근의 신호등은 약 100m 전방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조사를 마친 뒤 경찰서를 방문한 피해 선수 B씨(25·청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부모를 만나 참회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10일 오전 10시께 옥천군의 한 도로에서 열린 엘리트 마라톤대회 구간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가 몰던 1t 포터 트럭이 선두를 달리던 B씨를 그대로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돌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약 57㎞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B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 뇌 손상으로 이틀째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고 당시 대회는 편도 2차선 중 2차로만 차량 통행이 통제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A씨의 트럭은 통제되지 않은 1차로를 달리다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며 선수 쪽으로 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씨는 팀 동료로부터 어깨띠를 이어받은 직후 약 300m를 달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 엘리트 마라톤대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코치진이 탑승한 차량이 선수의 뒤를 따라붙으며 안전을 확보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어깨띠 교대 구간 특성상 코치 차량이 선수보다 앞서 대기 중이었던 상황이었다.
한편 이번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배우 차태현도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평소 마라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그는 지난 9월 마라톤 해설위원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진태현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마라톤 대회 출전한 20대 선수, 고령 운전자 트럭에 치여 뇌사 판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올해 동아마라톤을 2시간 13분으로 (뛴) 열정 가득한 유망주 선수였다”며 “공식 도내 마라톤 대회에서 2차선 도로 중 1차선만 통제했다고 한다. 너무 답답하고 먹먹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경찰은 A씨를 곧바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정식 입건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doremi@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