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용노동부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한 채용 박람회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4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는 역대 비수도권 채용 박람회 참가자 평균인 1000~1500명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부산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도 4800여 명이 참여했다. 노동부 담당자는 “(박람회를 함께 연) 대구시 관계자들도 참가자 규모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비수도권 청년 취업난이 너무 심각하다”고 전했다.
공개 채용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월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9000명(3.8%) 감소한 225만 7000명을 기록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은 취업자 동향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5년 10월 224만 5000명 이후 10월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중 29세 이하 비중도 14.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비중은 고용보험 제도 도입 초기인 1997년만 하더라도 38.6%에 달했다.
청년 인구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고용보험 청년 가입자 감소세는 너무 빠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올해 들어 고용보험 가입자 연령 중 규모가 줄고 있는 연령은 29세 이하와 40대가 유일하다. 최근 5개월 평균 감소 폭은 29세 이하가 -3.8%로 40대(-1%)를 4배 가까이 웃돈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2021년 10월 통계와 비교하면 4년 만에 25만 명이나 증발했다.
청년 취업난은 기업들의 경력 채용 선호 현상과 함께 더 심각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6월 발표한 채용 시장 분석에 따르면 민간 채용 플랫폼의 상반기 채용 공고 14만 4181건 가운데 82%는 경력 채용이었다. 청년 입장에서는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하고, 취업을 못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과거 정부에서 중소기업 채용 정보를 제공하거나 서비스하는 사업들의 예산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다수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달라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7월 20대 쉬었음 규모는 42만 1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2005~2009년만 하더라도 27만 명 규모였던 20대 쉬었음 인구는 2015~2019년 31만 명 선을 넘었고 2020~2024년 40만 명 선을 돌파했다. 20대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2%에서 올해 43%로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규모로는 146만 명에 이른다. 노동부 관계자는 “원하는 일자리 취업을 계속 실패하는 청년은 은둔과 고립을 선택할 수 있다”며 “쉬었음 상태가 길어질수록 노동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원하는 일자리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청년 취업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정부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 일자리는 인공지능(AI) 기술 확대에 따라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AI와 청년 고용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월 오픈AI인 ‘챗GPT’가 출시된 후 3년 동안 청년 일자리는 21만 1000개나 줄었다. AI가 신입 사무직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영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난 문제는 한파 수준을 넘어 빙하기로 봐야 할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들은 내년에도 경제가 불확실해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답해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노동제도 변화로 인한 인사관리 불확실성이 커질 때 청년 고용을 주저한다”며 “대기업에 만연한 호봉제를 직무 역량 중심 체계로 개편하는 것도 기업 인건비 부담을 낮춰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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