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어린 왕자가 어른들은 새 친구의 목소리·놀이·취향 같은 본질은 묻지 않고 나이, 형제 수, 몸무게, 아버지 수입 같은 숫자만 묻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의 대화를 통해 숫자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사랑·우정·책임 같은 가치가 숫자로 쉽게 표현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어린 왕자의 주장처럼 경제학이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경제지수와 지표가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측도로 사용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 국가의 영토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을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특정 국가의 특정 시점에서의 1인당 평균 소득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1인당 GDP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할 만큼 한 국가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의 정도를 반영하지 않고 시장경제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환경파괴·지하경제 등과 같은 경제활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수준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다. 경제 내 중요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평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사용되는 소비자물가지수도 사람들마다 자주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장바구니 물가와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가지수도 주가를 단순 평균해 계산하느냐 아니면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을 가중치로 사용해 산출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비록 모든 경제지수가 나름의 한계가 있지만 경제지수는 하나의 숫자로 복잡한 경제를 단순화해 요약해준다. 또 시간에 따라 경제활동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하고 국가 간 물가 변화와 생활수준 비교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경제지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책결정자·투자자·소비자 모두 경제지수를 통해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이 다시 들썩이기 때문인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비롯한 주택 가격 시세 지표를 폐지 또는 공표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6년 1월 당시 경제기획원의 승인을 받아 주택은행은 전국 37개 도시 2498가구 표본 주택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전국 주택 가격 조사를 일반에게 공표했는데 이것이 주택가격동향지수의 시초다. 2013년부터 한국부동산원이 넘겨받아 발표하고 있는 현재 주간 아파트 시세 통계는 전국 아파트 3만 3500가구를 표본으로 산출되고 있다.
주간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폐지하는 것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가격동향이 실거래가가 아닌 표본조사를 통해 산출되고 호가를 참고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거 정책의 성패를 반영하는 주택가격지수를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원에서 산출·발표하는 것 자체가 신뢰성을 낮춘다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모든 경제지표는 나름의 한계가 있다. 주택가격지수에 문제점이 있어서 폐지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따른다면 1인당 GDP, 소비자물가지수를 비롯한 모든 경제지수가 폐지돼야 한다. 이 경우 정책당국자·소비자·투자자는 지수 없이 정책과 투자·소비 결정을 해야 한다. 민간 데이터가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식 통계를 없애고 ‘깜깜이 주택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인지 염려된다.
주택가격지수가 실거래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면 폐지가 아니라 실거래가를 반영하도록 산출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국토부 산하 기관이 발표하기 때문에 정치적 계산이 반영되는 것을 우려한다면 국가데이터처 등 독립된 기관이 이어받아서 산출하도록 하면 된다. 주택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오랜 역사를 가진 주택가격지수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날씨가 더워진다고 온도계를 없애자는 주장과 비슷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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