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정성호 법무장관의 해명이 되레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 정 장관은 10일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 피고인 일부가 검찰 구형보다 중형을 선고받은 점을 들어 “양형이 충분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피고인 5명 중 3명은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고 뇌물죄 등은 무죄로 나왔다. 대검 예규는 항소가 가능한 선고 형량을 따로 정하지 않았고 ‘전부 무죄’가 아닌 ‘일부 무죄’가 선고돼도 항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 장관은 “성공한 수사·재판”이라서 상급심 판단을 받지 않았다고 억지 논리를 내세웠다.
정 장관은 총 세 차례 항소 의견을 담은 검찰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잘 판단하라”고 했을 뿐 “지침을 준 바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를 의식해 불법 지시 논란을 피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러나 법무장관이 ‘신중한 판단’을 언급했다면 사실상 항소 포기 종용이나 다름없는데 수사 지휘는 하지 않았다니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수사팀도 윗선이 부당하게 항소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정 장관은 항소 포기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대장동 일당의 7000억 원대 부당이익은 민사소송을 통해 국고로 환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대장동 범죄집단 변호인이냐”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집단 반발, ‘검란(檢亂)’으로 비화하고 있다. 전국 일선 검사장들과 지청장들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고 평검사들인 대검 연구관들은 노 대행의 자진 사퇴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검찰 수뇌부는 수사권 폐지를 앞둔 검찰이 공소 유지권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스스로 검찰이기를 포기하는 것임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전모를 가감 없이 밝히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해서라면 국정조사·특별검사제 도입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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