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의 핵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우리 군의 오랜 숙원이자 북핵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후속 협의와 실제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원자력추진잠수함은 한미 동맹 현대화와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류제승 신임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보 환경이 시시때때로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 국민과 정부·정치권, 군사 전문 집단이 삼위일체를 이뤄 격랑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과제인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위해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통시·공시적으로 검토해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5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35기)하면서 군문에 들어선 그는 11사단장과 국방부 정책기획관, 8군단장, 교육사령관을 지냈다. 2014년 전역한 후에는 국방부 정책실장과 주아랍에미리트 대사를 지냈고 지난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에 취임했다. 국가전략연구원은 2015년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 설립한 안보 전문 싱크탱크다. 류 원장은 “국가를 위한 헌신은 제복을 벗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의 전략적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새로운 사명”이라고 말했다.
류 원장은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을 ‘격랑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한국·미국·일본과 북한·러시아·중국 간 대립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그는 “한미 동맹 현대화를 중심축으로 삼되 한미일 협력을 통해 지역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미래지향적 합의 이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활용한 북핵·미사일 정보 공유와 공동 훈련이 필요하다”며 “중국과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서해 구조물 설치나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문제를 협의로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연구원도 한미 동맹 현대화를 비롯해 남북 관계 발전, 안보 정책 수립, 중동 국가와의 협력, 인공지능(AI)의 군사 응용 등을 주요 연구·사업 방향으로 설정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구소(KIUS)’를 신설해 아랍권 국가들과의 협력 연구 강화를 추진 중이다. 그는 “AI의 군사적 응용이 미래 안보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며 “국제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인사이트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군인과 외교관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일하지만 결국 국가의 이익을 지키는 사명은 같다는 게 류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애국심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 안보 분야의 복합적 과제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실용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원장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과 관련한 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실증적 논리에 기반한 비판적 현실주의가 중요하다”며 “정책 제언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 이후의 변수와 위험 요인까지 고려해야 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가치적 균형으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의 안보·외교 환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류 원장은 AI 활용을 꼽았다. 그는 “AI는 기술 혁신을 넘어 국제질서의 판도를 뒤흔드는 지정학·기정학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고,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은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틀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협력, 기술 동맹으로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최근 ‘전쟁을 알아야 평화를 이룬다-클라우제비츠에게 배우는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1998년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번역하고 전역 후에는 육사와 국방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군사전략을 강의하는 등 군사전략·기획 정책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우리 군이 군사 전문 직업주의로 재무장하는 데 기여하고 우리 사회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담론이 한 단계 성숙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며 “미래 국가 전략을 설계하는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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