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이기호 작가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 선정됐다. 시 부문에는 신해욱의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희곡 부문에는 주은길의 ‘양떼목장의 대혈투’가 이름을 올렸으며 번역 부문은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이 영예를 앉았다.
대산문화재단은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고 수상자들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시 부문 수상작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는 “시인의 개성적인 시적 방법론과 다각적 세계 탐구가 정점을 이뤄 독자로 하여금 밀도 높은 사유를 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해욱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외롭게 시를 쓰고 있었는데 실은 누군가 봐주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며 “시는 개인적인 사유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세계와 연루되는 일이며 상을 통해 더 큰 책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소설 부문 수상작인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이기호 작가가 8년 전 반려견을 키운 것이 창작의 계기가 됐다. 이 작가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대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책임을 성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을 두고 “동물을 매개로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희곡 부문 수상자인 1994년생 주은길은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주목받았다. ‘양떼목장의 대혈투’는 2023년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주은길은 “매회 50석 남짓한 소규모 연극이었지만 희곡을 문학으로 봐주신 점이 가장 감사하다”고 말했다.
번역 부문(영어) 수상자인 김지영은 천명관의 ‘고래’를 옮겨 미국 아키펠라고 북스에서 출간했다. 그는 “한국어 원작의 감각을 영어로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초기 번역 지원 덕분에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했다”고 했다. 김지영은 1세대 번역가 유영란의 딸로 모녀가 나란히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대산문학상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설립한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국내 대표 종합문학상으로 부문별 상금 5000만 원, 총 2억 원이 수여된다.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희곡과 평론은 격년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asi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