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단순히 한국 증시를 대량 순매도하는 것을 넘어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곱버스’ 상품을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우호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이 커진 것과는 별개로 증시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7조 2979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상호관세 충격이 발생한 올해 4월 9일 이후 최대 규모이며, 외국인이 5거래일 동안 7조 원 이상 순매도한 것은 단 8차례뿐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된 것은 달러화 강세 전환과 함께 차익 실현,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 등 일시적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는 단순 차익 실현이 아니라 곱버스를 순매수하면서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하락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상장지수펀드(ETF)는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353억 원을 순매수했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2배 마이너스(-)로 추종해 코스피 지수가 하락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곱버스를 761억 원 순매도하는 동시에 ‘KODEX200(3683억 원)’, ‘KODEX 레버리지(1730억 원)’ 등을 적극 순매수했다. 증시가 급등하는 동안 한국 증시를 불신한 개인이 곱버스에 투자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상승 레버리지를 샀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연일 내놓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JP모건은 내년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50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상승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600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노무라도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54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높였으나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도 SK하이닉스(-3조 7151억 원)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흐름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국고채 금리 상승 등 불안 요인으로 복합 작용하면서 증시 투자 심리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이달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실적 발표,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결정 등 증시 반등의 실마리가 될 이벤트를 소화할 때까진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단순 참고 자료일 뿐 실제 매매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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